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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고금리 지속땐 위기 심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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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통화기금 (IMF) 이 제시한 고금리정책은 보약 (補藥) 인가, 독약 (毒藥) 인가' .20일 오후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금리정책에 대한 이의제기에 나섰다.

정운찬 (鄭雲燦) 서울대교수는 "제도의 취약성에서 생긴 위기를 가격정책으로 치유하기는 불가능하다" 고 단언하고 "고금리를 무리하게 유지할 경우 외환.금융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고 경고했다.

고금리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鄭교수는 ▶대내외 금리차가 너무 벌어지면 환율변동이 심해져 외자유입을 더디게 할 수 있고▶채권시장이 성숙돼 있지 못해 고금리로 끌어들일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으며▶고금리와 통화긴축이 물가하락으로 연결될 보장이 없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런데도 고금리를 끌고가면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산업기반이 무너져 기업과 은행의 동반부실화가 더욱 심화된다는 것. 하성근 (河成根) 연세대교수도 "국제금리의 3배가 넘는 금리가 지속되는 것은 기업도산과 금융기관 부실증대로 이어져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매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며 금리의 하향유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鄭교수는 외환위기의 도화선으로 동방페레그린에 대한 정부의 견제를 예로 들어 눈길을 끌었다.

鄭교수는 지난해 동방페레그린이 신동방그룹과 함께 미도파를 인수하려는 것을 정부와 전경련이 저지한 반면 대한종금이 동방페레그린 주식을 매집하는 것은 정부가 수수방관하자 "동방페레그린 사장이 '국제적인 게임룰조차 모르는 한국정부와는 상대하지도 말라' 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홍콩시장에 뿌렸고 이를 계기로 홍콩 금융기관들이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을 거부하게 됐다" 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윤원배 (尹源培) 금융감독위원회부위원장.정덕구 (鄭德龜) 재경부차관.존 다즈워스 주한IMF대표 등이 참석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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