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최종배후는 권영해]검찰 북풍수사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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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20일 권영해 전안기부장을 전격 소환, 구속키로 함으로써 '북풍 공작' 수사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검찰이 재미교포 윤홍준 (31) 씨의 김대중후보 비방 기자회견 사건에 국한해 權전부장을 조기 사법처리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은 '북풍정국' 의 원만한 매듭을 희망하는 金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북한 커넥션' 극비문건이 폭로되면서 안기부의 대공 조직이 노출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일단 權전부장을 사법처리함으로써 '막가파' 식 폭로전을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수사중인 尹씨의 기자회견 사건 외에 다른 북풍공작 의혹은 우선 안기부의 자체조사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중인 이대성 실장이 정대철 (鄭大哲) 전의원에게 건네준 북한 커넥션 문건 등은 안기부에서 조사가 진행중이므로 검찰이 나설 단계가 아니다" 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은 이종찬 안기부장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안기부가 수사 의뢰를 하기전엔 검찰이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북풍공작에 개입한 혐의가 있는 구 (舊) 여권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접근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에게서 뚜렷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데다 섣불리 건드릴 경우 여야간의 극심한 정쟁 (政爭) 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게 '신중론' 의 이유다.

서울지검 형사4부에 배당된 오익제 (吳益濟) 편지사건 수사가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의 소환 불응에도 불구하고 강제력을 행사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權전부장을 일단 기자회견 조작사건 개입 혐의로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당분간 안기부의 자체조사와 정치권 동향 등 사태 추이를 지켜볼 방침이다.

또 오익제 편지사건 등 다른 북풍공작에 대한 안기부의 정식고발이 들어오더라도 다음주로 예정된 평검사 인사가 끝나 서울지검 공안부 등의 인력 재배치가 구성된 후 본격수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검찰은 그러나 김병식 북한 조선사회민주당위원장 명의의 괴편지 사건과 북한 커넥션 문건 등 계속 불거지는 북풍공작 관련 의혹의 진행 추이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박일룡 (朴一龍) 전1차장의 경우 윤홍준씨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소환조사 계획이 없지만 대선 직전 오익제 편지사건 등을 주도한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權전부장에 이어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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