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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 받는 오사카 상인…최근 관련책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일본 최고의 상술을 자랑하는 오사카 상인의 합리적인 경영전략과 정신세계가 최근 기업체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치열하면서도 기개를 잃지 않고 정도 (正道) 를 걷는 것이 오사카 상인정신의 요체다.

출판가에서는 최근 번역 출간된 '오사카 상인의 지독한 돈벌이 76가지 방법' (선영사刊) 이 이 분야 지침서로 평가받고 있다.

오사카 상인의 후손으로 도쿄대 경제학부를 나와 미쓰비시 은행 상무를 역임한 소큐 도미코가 집안의 전래문서를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가 정리한 오사카 상인의 주요 격언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남을 기쁘게 해야 번다▶물건 파는데는 체면도 없다▶손님이 돈을 벌게 한다▶놀자, 그리고 장사에 이용하자▶곁에서 돈벌이를 찾는다▶머리 가는데 돈 간다▶뜻밖에 생긴 것은 내 것이 아니다▶많이 주고 더 받는다▶입이 돈을 벌게 한다.

▶남의 경험을 이용한다.

하지만 상술이란 겉모습에 불과하며 오사카 상인의 최종 지향점은 '신념과 지혜를 지닌 성숙한 인간' .이것이야말로 어려울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오사카 상인의 경쟁비결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매력을 느낀 삼성등 일부 국내 대기업은 벌써부터 내부적으로 오사카의 상인정신에 대한 다양한 교육자료를 만들어 활용하는등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 자료엔 오사카의 상업지대 센바 (船場)에 자리잡은 침구용 포목 도매점 와다데쓰 (和田哲) 의 제3대 (代) 주인인 료스케의 어록이 나온다.

오사카 상인정신을 대변하는 경영명언으로 정평이 나있다.

"절하는 이유는 상대에게 감사하다는 기분을 전하기 위해서다.

장사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미안합니다' 는 아직도 고객의 은혜에 보답을 못했다는 의미다. "

"절은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나의 급소인 후두부를 보여주며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

"머리를 숙이고 큰 소리로 인사하면 손님 뿐 아니라 우리도 기분이 좋아진다. "

이 가게 신입사원은 처음에 크게 놀란다.

우선 책상이 없다.

"상인은 손으로 생각하고 발로 느낀다.

책상 같은 것은 필요없고 의자는 쉬기 위한 것이다.

걸어다니며 얼굴을 팔아라. " 그러면서 특대판 명함을 준다.

명함을 받아든 사람이 그를 잘 기억하게 된다는 게 이유다.

이 가게의 전략은 우선 '신용' 이다.

"이익이 적다고 해서 회사가 쓰러지는 법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이익이 많아도 신뢰를 잃으면 장사는 거기서 끝난다.

이익은 결과에 불과할 뿐 목적이 아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팔면 결과적으로 벌이가 된다."

또 하나는 '부채형 상술' . "호경기 다음에는 반드시 불경기가 따른다.

필요에 따라 즉시 일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부채형 상법이 바람직하다."

1875년에 창업, 4대째 맥을 잇고있는 섬유회사 요시추 (吉忠) 는 연매출 5백억엔의 중견기업이며 오사카 제일의 신용도를 자랑한다.

이 회사의 사시는 우리나라 기업인이 새겨들을만 하다.

"매출을 늘려 대기업이 되기 보다 일본 제일의 중소기업이 되겠다."

아울러 대대로 내려오는 다음과 같은 말로 내부직원들의 높은 충성도를 이끌고 있는 점도 신선하다."

적을 만들면서까지 팔고 싶은가?

사원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벌고 싶은가? 1백억엔의 거래를 하는 것보다 1백명의 사원이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다.

사원이 전력을 기울이도록 할 필요는 없다.

80~90%의 힘만 발휘하고 자신들의 가정생활을 소중히 꾸려나갈 수 있게 해주는 회사 쪽이 더 멋있지 않은가?" 18세기 초 일본 교토의 학자 이시다 바이간 (石田 梅岩) 은 '세키몬심학 (石門心學)' 이라는 이름으로 상인정신을 체계화했다.

이는 오사카 상인의 경영철학이자 일본인의 서민생활철학으로 오늘날 새롭게 조명받고 있으며 이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을 정도다.

그는 경제활동에는 세상에 기여하는 명분이 있다고 강조하고 상인은 기개를 갖되 윤리의식으로 무장하고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일본 막부의 정책실패로 고물가.고실업.불경기를 겪던 당시에 완성된 다음과 같은 그의 철학은 오늘날 비슷한 처지에 빠진 우리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는다.

"1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기의 치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정직하고 사리사욕이 없도록 하여 천하의 낭비를 줄이자는 발상이다."

"가재를 모두 팔아 알몸이 되더라도 우선 자기의 빚을 완전히 갚아야 한다. 그러면 세상사람들이 그 정직함에 반해 그를 버리지 않음으로 평생 마음이 편할 것이다."

"장사는 키우는 것만 능사가 아니고 일의 질이 어떠냐가 문제다. 그리고 모두가 즐겁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80%벌이에 만족해야 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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