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주택 대량보급 체계 갖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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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넘게 목조주택 연구와 보급에 힘써 온 서울대 이전제(57·사진·환경재료과학) 교수는 “다양한 주거공간의 한 형태로 한옥을 재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때 한옥에서 자란 이들은 한옥에 대한 향수가 있지만, 편리성을 추구하다 보면 아파트를 선호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옥을 포함한 목조주택에 대한 전망은.

“두 가지 측면서 긍정적이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숲 가꾸기와 이에 따른 목재 활용이 제시되고 있다. 목재는 거의 수입에 의존해 왔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활용해야 한다. 결국 목조건축을 지을 수밖에 없다. 목조는 콘크리트나 철골에 비해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고 이산화탄소 배출기간도 짧다.

시민들이 한옥을 꺼리는 것은 건축과정의 불투명 때문이다. 공기(工期)나 건축비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프리 컷(Pre-Cut) 방식 같은 대량생산체제가 갖춰지면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다.”

-목조주택은 대량 보급에 한계가 있지 않은가.

“1960년대 중반 이후 시멘트 문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50년 가까이 목조건축의 공백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살림용 한옥을 짓는 기술과 인력이 사라져 버렸다. 문화재 종사자들이 나름대로 한옥의 명맥을 이어왔으나 주택으로서 시대에 맞는 한옥의 명맥은 단절됐다. 한옥을 포함한 목조주택의 대량 보급체계와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공장에서 자동기계로 건축 부재(部材)를 미리 생산하는 프리 컷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 목조주택은 대부분 프리 컷 방식으로 지어진다.”

-남도의 ‘한옥 바람’을 어떻게 보나.

“전라남도의 한옥 보급 정책에 기본적으로 찬성이다. 그동안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주거공간으로 아파트가 자리 잡았지만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다. 한옥 주거문화는 몇 백 년, 몇 천 년에 걸쳐 이뤄진 것이며, 한옥 보급 정책을 잘 이어나가야 한다.”

-국토해양부가 한옥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한옥을 생활공간으로 살리기 위해선 건축 설계 못지않게 목재·흙 같은 재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 담아 들어야 한다. 재료는 현실적인 비용을 반영한다. 건축·재료·디자인 등 각 부문이 함께 어우러져야 ‘생활한옥’ ‘주거한옥’을 제대로 지을 수 있다.”

-수요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통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추상적 이미지로 한옥을 지으려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한옥의 재료가 주는 삶의 질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주거환경의 쾌적성 측면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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