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공기 짧은 ‘프리 컷’ 공법, 한옥 대중화 물꼬 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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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주민이 콘크리트 건물을 지을 때 3.3㎡당 250만~350만원이 들어간다. 한옥으로 건축하면 아무리 낮춰 잡아도 400만원 이상씩 예상해야 한다. 한옥은 일손이 많이 드는 데가 인건비가 비싸고 공사 기간이 콘크리트구조나 벽돌구조보다 길기 때문이다. 이는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프리 컷 시스템으로 기둥·보 등을 가공해 지은 한옥. 기존 공법으로 지은 한옥과 외형에서 큰 차이가 없다.

생활의 편리성을 보완한 ‘신(新) 한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건축비용 절감과 불편 해결 등을 위해 새로운 공법과 자재가 도입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둥·보 등 주요 건축 부재(部材)를 공장에서 미리 가공하는 프리 컷(Pre-Cut) 시스템이다. 본사를 서울에 둔 목조건축 전문 시공회사인 베스트프리컷과 스튜가는 이 방식으로 전남 무안· 장흥과 충남 공주 등에 수십 채의 한옥을 지었거나 지을 예정이다.

이 공법은 설계단계에서 첨단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해 3D 모형도를 제작하고, 접합부 형상에 따라 목재 가공 도면을 만든다. 또 정확한 구조 계산을 통해 하중에 적합한 치수의 부재를 선택한다. 일반 한옥 기술자들이 경험이나 눈대중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정확해 안전한 건물을 만들 수 있다. 나무를 자르고 깎고 구멍을 파는 것 같은 부재 제작 과정도 전부 컴퓨터와 기계로 한다. 따라서 균일한 품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버려지는 목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공장에서 미리 가공한 부재를 건축 현장으로 옮겨 짜맞추는 등 단순히 조립만 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짧다.


베스트프리컷의 최원철(53) 대표는 “기존 방식으로 목구조를 세울 때 1개월가량 걸리지만, 프리 컷 시스템을 활용하면 5일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게다가 자동화로 인력이 적게 들어 건축면적 3.3㎡당 25만~30만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전남도는 한옥 대중화를 위해 프리 컷 공장 유치에 나섰고, 베스트프리컷이 내년에 광양에 설립을 위해 부지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

제대로 마르지 않은 목재를 사용하면 건조되면서 뒤틀리고 갈라져 집에 이상이 생긴다. 한옥의 기둥·보 등은 단면이 커 자연상태에서는 3년 이상 건조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 한옥 건축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어려움과 강도가 낮은 목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학목재인 구조용 집성재를 사용할 수 있다.

구조용 집성재는 목재보다 강도가 높고 함수율이 15% 이하여서 수축이 없다. 김갑봉(45) 스튜가 대표는 “집성재는 치수 변화가 안정적이고 뒤틀림이나 갈라짐이 생기지 않는다”며 “한옥에 집성재 기둥·보를 조화롭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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