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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문화재를 짓는다” 공공건물서 꽃피는 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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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군외면 수목원 안에 다음 달 완공되는 전라남도 산림박물관은 작은 궁궐을 연상시킨다. 건물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1층, 건축연면적 2059㎡.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은 지상층은 한옥으로서는 넓은 편인 1216㎡(약 380평)나 된다. 중앙에 뜰을 두고 건물과 회랑이 ㅁ자 형태로 배치됐다. 천득염(56)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대형 공공건물에 전통 건축 양식을 도입한 시도 자체가 대단하며,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라남도가 공공 청사를 한옥으로 짓고 있다. 박준영 지사는 “후손들에게 고유의 건축 양식을 전하려면 전통 기법을 최대한 써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다”며 공공건물을 한옥으로 건설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전남도가 남악신도시(목포시·무안군 경계) 도청 앞에 지난해 말 개관한 관광정보센터 ‘남악마루’는 지상 2층 팔작지붕(지붕 네 귀에 모두 추녀를 단 것) 한옥(연면적 264㎡)의 멋을 뽐내고 있다. 건축비가 3.3㎡당 1200만원 이상 들었다. 남악마루는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의 2008 핀업 디자인 공모전에서 최고 상인 대상을 차지했다. 정기석 전남도 공공디자인과장은 “한옥이야말로 ‘녹색의 땅’ 전남에 맞는 디자인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도청을 2005년 10월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도지사 공관 ‘어진누리’(안채 224㎡, 사랑채 58㎡, 대문 17㎡)와 비즈니스센터인 ‘수리채’(아래층 297㎡, 위층 281㎡)를 목조 팔작 기와집으로 신축했다. 훗날 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전래 기법을 가급적 지켰다. 건축에 평당 1300만원 이상 들었다. 두 건물은 제1회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엑스포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신영훈(74) 한옥문화원장은 “전통 건축이 외면받으며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전남도가 제대로 된 한옥을 지어 문화유산으로 남겨 기쁘다”고 밝혔다.

광주시 광산구 복룡동에서 내년 초 전남 강진군 작천면으로 이전하는 전남축산기술연구소는 새 청사 본관의 지상층(아래층 1610㎡, 위층 898㎡)을 현대식 한옥으로 설계 중이다. 철골을 목구조로 감싸고 기와를 얹는 방식이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서 나주시 봉황면으로 올 연말 이사하는 전남도로안전관리사업소는 청사가 철근콘크리트 구조이지만 모양을 한옥처럼 내고 기와를 얹는 등 한식을 반영한다. 해남군은 고산 윤선도의 유물전시관(지하 1층, 지상 1층, 건축연면적 1830㎡)을 해남읍 녹우당(해남 윤씨 고산공파 종가) 근처에 80억원을 들여 전통건축 양식으로 다시 짓는다.

영암군 삼호읍에 건설 중인 F1 국제자동차경주장의 건물에도 한옥 컨셉트를 담았다.

김동현 전남도 행정지원국장은 “시·군에도 읍·면사무소나 보건소, 마을회관 등 공공건물을 지을 때 가급적 전통한옥 구조로 건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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