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 하락 한국에 미치는 영향…제조업부터 활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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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원유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고 (高) 금리.원자재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산업에 한가닥 숨통이 트이고 있다.

기름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산업 특성을 감안할 때 유가하락은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와 무역수지 개선에 직접적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원유도입액을 8억6천만배럴, 1백55억달러 정도로 전망했다.

이는 배럴당 18달러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실제 가격이 훨씬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무역수지에 상당한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의 수입원유 8억7천3백만배럴을 용도별로 보면 ▶벙커C유.나프타 등 산업용이 40%▶휘발유.경유 등 수송용이 34%▶등유 등 가정.상업용이 10%▶발전 등이 10%씩을 각각 차지했다.

따라서 제조업→사회간접자본 (SOC) 부문→1차산업 순으로 유가하락의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제지.시멘트.철강 등 대표적인 석유 다소비 업종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산업용 연료인 벙커C유 가격 안정은 일반 제조업체는 물론 한전 등 발전부문의 원가부담도 상당히 줄여주게 된다.

물가안정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원유 도입가가 지난해 배럴당 평균 19달러에서 14달러선으로 떨어질 경우 생산자물가를 1%P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가격하락폭은 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물가안정에 미치는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에너지경제연구원 문영석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원유가가 계속 안정되면 생산활동이 조금 회복돼 하반기부터는 경제성장률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분석했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 관심은 휘발유 가격. 정유업계는 환율이 현 수준에서 유가가 10~11달러를 유지될 경우 현재 ℓ당 1천원대인 휘발유값이 9백원대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휘발유값 인하 이후 승용차 이용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교통세 등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바로 가격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수출에 대한 영향은 다소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수출물가는 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공산품 가격이 떨어진데 힘입어 지난달보다 3.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수출가격 하락은 바로 수출증대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산업자원부 심윤수 (沈允洙) 석유정책과장은 "중국 등 다른 경쟁국도 함께 가격 인하요인이 생기기 때문에 수출증대에 대한 영향력은 별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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