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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연예 상자'…화제인물코너엔 온통 연예인 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TV프로 제작진들이 TV안에 갇혀있다.

염치불구하고 어린이시간 오후5시 대를 장악한 MBC '오늘의 연예토픽' .SBS '특종 연예정보' 나 평일 심야의 SBS '한밤의 TV연예' 처럼 '연예' 를 본격적으로 내건 프로는 차라리 양심적인 편. 평일 오전의 소위 교양 정보물이나 주말저녁 가족용 쇼도 연예 화제, 그 중에서도 자사프로의 홍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일요일 오후6시 MBC '아름다운TV - 얼굴' 은 소위 '방송사IMF 자정선언' 으로 폐지된 '특종 연예시티' 의 후속프로. 본래 일요일 심야에 방송되던 당시에는 참신한 TV잡지 포맷을 도입, 사회 곳곳의 특징 있는 인물을 감각적 촬영기법으로 소개하던 이 프로는 시간대를 옮기면서부터 연예잡지, 그것도 자사홍보 위주의 'MBC매거진' 으로 변질돼 버렸다.

지난주 방송의 경우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 의 탤런트 송승헌, '기인열전' 의 리포터 김학도 등 모든 코너 주인공이 자사 인물로 채워졌다.

특히 첫머리 '스타모노로그' 코너는 '굿모닝 코리아' 앵커 백지연에서 '그대 그리고 나' 의 최불암.박원숙.윤철형까지 자사출연진이 단골손님. 이번에 화장실에서 손 씻는 장면 등이 시시콜콜하게 카메라에 잡힌 송승헌의 경우는 특별한 계기 없이 두 번씩이나 주인공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한 방송관계자는 "오락 프로는 다른 '뜨는' 프로에 기생하는 운명" 이라며 연예인 섭외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교양.예능 구분없이 자사프로 '띄우는' 데 열성인 방송의 모습은 그의 고충을 무색하게 한다.

'최근 들어 SBS '한선교의 좋은 아침입니다' 에는 미니시리즈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정치드라마 '3김시대' 의 출연진들이, MBC '10시 임성훈입니다' 에는 일일극 '보고 또 보고' 출연진들이 각각 다녀갔다.

주말뉴스데스크 권재홍앵커, 김태희아나운서 등도 '10시 임성훈입니다' 의 최근 손님.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 권수현부장은 이처럼 TV가 '연예상자' 가 되어가는 원인을 "안이한 제작태도 때문" 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인중에서 화제의 주인공을 발굴하는 것에 비해 화면 잘 받고 방송경험 풍부한 '화제의 연예인' 을 찾는 것이 한결 손쉽고, 일정수준 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하기에도 쉽다는 것. 자신들의 관심사를 모든 시청자의 관심사로 착각하는 제작진 덕분에 시청자들은 TV가 세상의 중심인양 강요당하고 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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