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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답방 뒷거래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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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12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해찬 총리(右)가 답변을 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통일, 반기문 외교통상, 조영길 국방부 장관. [조용철 기자]

12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 문제가 주된 논란거리였다. 열린우리당은 김 위원장의 조기 답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정부 측에 주문한 반면 한나라당은 답방 절차와 과정이 투명해야 함을 강조했다. 지난주 말 공개된 미국 상원 정보위 보고서가 다시 이라크 파병 논란을 촉발했다.

◇"답방 장소는 중요하지 않아"=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정부의 '선 북핵 문제 해결-후 남북 정상회담'이란 공식 입장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간 교류.협력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정상회담을 개최해 북핵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면 (답방)장소 등 실무적인 문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같은 당 배기선 의원도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핵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형일 의원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두차례 방북한 사실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의 조기 답방이 어려우면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할 용의는 없느냐"고 물었다.

반면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국민은 경제도 어렵고 북핵 문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져야 할 이유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뒷거래 흥정방식으로 추진돼선 안 되며 공개적으로 국민적 합의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의원도 "답방이 가시화되면 우리 사회 내 적지 않은 이념 갈등과 대립이 격화될 것"이라며 "국론 통합 대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해찬 총리는 "김 위원장의 답방은 현재까지 유효하다"며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며 장소 문제 때문에 정상회담이 안 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답변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답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없다"며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라이스 방한 이유는"=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이 김 위원장의 답방 문제와 관련된 것인지도 다뤄졌다. 안상수 의원은 "라이스 보좌관이 중국.일본에 앞서 우리나라를 찾았다"며 "답방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서면으로 보고받은 내용엔 없었다"고 답변했다.

열린우리당 양형일 의원은 "라이스 보좌관의 방한 사유 중 하나가 11월 미국 대선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심층적 논의를 위해 방한한 것"이라며 "미국 대선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서도 파병 반대론=지난 주말 미국 상원 정보위는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보고서 내용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가 조작된 허위정보를 바탕으로 국군을 파병하게 되는 셈"이라며 추가 파병에 대한 국회의 재동의를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추가 파병을 해야 할 이유가 타당한지, 추가 파병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이 있는지가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며 파병 반대론을 피력했다. 한나라당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도 파병 재검토 성명서를 냈다. 공성진 의원은 "정보위 보고서로 인해 전쟁 환경이 결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미 상원보고서가 파병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요인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김원기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시작하며 "회의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국회 문화를 만들자"며 "정시에 나오는 의원들은 표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2시 회의 역시 제때 성원이 되지 않아 10분 늦게 열렸다.

박소영.김정욱.고정애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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