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여성단체 끝내 등돌리면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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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그동안 잇따른 섹스스캔들에도 효과적으로 대응, 잘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CBS방송에서 전 백악관 여직원 캐슬린 윌리의 성희롱 고백을 계기로 치명적 타격을 입으면서 섹스스캔들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이번 '윌리 스캔들' 은 '르윈스키 스캔들' 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클린턴 최대의 지지세력중 하나였던 미 여성단체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윌리가 "클린턴이 도움을 청하러 간 나를 더듬고 키스하며 내 손을 끌어다 은밀한 곳에 댔다" 고 말한 대목에 전미여성연합 (NOW) 등 미국의 주요 여성단체들은 16일 일제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나섰다.

여성단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클린턴에게 특별검사의 수사나 탄핵 움직임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클린턴 최대의 지지층인 여성단체가 등을 돌린다면 클린턴은 설 땅을 잃고 말기 때문이다.

96년 클린턴 재선의 '1등 공신' 은 여성들이었다는 분석이 나왔을 만큼 클린턴 진영은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다.

낙태 이슈 등에 대해 클린턴이 진보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따라서 계속되는 섹스스캔들에 대해 계속 침묵,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지지도가 오히려 상승했다.

그러나 윌리의 방송출연후 NOW의 퍼트리샤 아일랜드 회장은 "윌리의 경우는 개인의 섹스스캔들 문제를 넘어 성적학대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이라고 밝히며 클린턴을 비난하고 나섰다.

또 클린턴과의 성관계를 부인한 르윈스키와는 달리 윌리는 처음부터 클린턴의 성희롱을 폭로하며 클린턴의 위증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클린턴에 한층 더 타격이 되고 있다.

여기에 공화당이 "철저한 진상규명"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 "윌리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직은 끝장" (오린 해치 하원 법사위원장) 등 총공세를 퍼부으며 클린턴 탄핵절차에 착수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거듭 클린턴의 '무죄' 를 주장하고 있다.

또 윌리의 폭로 직후 CNN.USA투데이.갤럽 공동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에 대한 지지율이 67%로 지난 6일 63%에서 오히려 상승한 것에 고무돼 있다.

하지만 "클린턴의 말을 믿는다" (40%) 보다는 "윌리의 말을 믿는다" (43%) 는 반응이 많아 향후 스캔들이 불거지면 인기도는 떨어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여하튼 이번 윌리 스캔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윌리는 강력하고도 믿을 만한 증인" 이라며 클린턴이 자칫 좌초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가 하면 "클린턴은 미국을 다스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탄핵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 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클린턴이 이번만큼은 매우 당황스런 입장에 놓이게 됐다" 는 것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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