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올림픽’ 제주 세계델픽대회 개막은 다가오는데 장이 안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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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제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2009 제주 세계델픽대회’가 표류하고 있다. 참가 신청이 저조한 데다 대회 비용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대회 조직위원장마저 뚜렷한 이유 없이 사퇴해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제주도 세계델픽대회준비기획단에 따르면 9월 9~15일 제주에서 제3회 세계델픽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자연과 더불어(Tuning into Nature)’를 주제로 제주문예회관과 영상미디어센터 등지에서 각국의 공연과 문화예술 경연을 펼치고, 대회 기간 동안 세계델픽위원회 총회도 열린다.

하지만 현재까지 참가를 신청한 국가는 조직위가 목표로 잡은 40개국의 4분의 1에 불과한 10개국에 불과하다. 참가 신청 마감일이 다음 달 말이어서 시간이 남아 있으나 이미 2006년에 제주 개최가 결정됐고, 지난해 11월 조직위가 꾸려지면서 대회 준비에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목표대로 참가국 수가 채워질지 미지수다.

예산 확보도 문제다. 국비·도비·민자 20억원씩 모두 60억원으로 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하지만 국비·도비 40억원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지원하기로 한 8억원 등 48억원이 확보됐을 뿐 조직위는 12억원의 돈은 마련하지 못했다. 돈을 내겠다고 나서는 민간 투자자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회조직위원장을 맡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1일 돌연 사퇴해 대회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 위원장은 “개인적인 일도 있고, 대회 준비가 제자리를 잡아가는 만큼 내 역할은 끝난 것 같다”며 사퇴 배경을 밝혔으나 외압에 의해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민간 지원단체도 허술한 준비를 지적하며 조직위를 공박하고 있다. 델픽포럼·델픽서포터즈 등 의 회원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조직위 집행부가 총사퇴, 재신임을 얻고 행사를 제대로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성 제주 세계델픽대회준비기획단 사무국장은 “대회가 4개월여 남아 있어 참가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조직위원장도 이른 시일 안에 선임돼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세계델픽대회=세계 각국의 전통 예술 경연이 펼쳐져 ‘문화예술올림픽’으로 불린다. 아폴로 신전이 있는 고대 그리스의 성지 델피에서 기원전 582년~기원후 394년까지 열린 문화예술제전에서 유래됐다. 올림픽이 스포츠 제전으로 발전한 것과 달리 델픽게임은 리라·플루트 등의 악기와 노래·팬터마임·연극을 겨뤘다. 고대 델픽게임을 재현하기 위해 1994년 국제델픽위원회(IDC)가 만들어졌다. 200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첫 대회가, 2005년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2회 대회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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