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실업자 푸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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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잇따른 기업 부도와 구조조정 등으로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진 실직자들이 은행과 신용카드사로부터도 '설움' 을 당하고 있다.

지난 2월 11년째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姜모 (40) 씨는 최근 재직기간중 1천만원을 신용대출 받은 A은행으로부터 "퇴직금과 퇴직수당을 받았으니 대출금을 조기 상환할 수 있느냐" 는 연락을 받았다.

H건설에 근무하다 지난 1월 개인사업을 위해 퇴직한 金모 (37) 씨도 최근 실직자의 설움을 겪었다.

金씨는 재직기간중인 지난해 3월 만들어 놓았던 마이너스 통장 (회전대출) 으로 1천만원을 인출해 창업에 사용하려 했으나 퇴직자에게는 대출이 되지 않는다며 이미 인출한 5백만원을 상환하라고 B은행으로부터 독촉을 받았다.

증권회사인 K사에 근무하고 있는 李모 (31) 씨도 최근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 뒤 평소 사용하던 C은행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카드가 갑자기 거래 정지당해 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던 것.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퇴직자 등에 대한 대출 규제는 부실채권으로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금융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며 "담보 등 확실한 보증이 없는 대출은 꺼리게 된다" 고 밝혔다.

최익재·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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