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의대교수, 심장병 아들위해 인공심장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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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의대교수 아버지가 인공심장의 일종인 심실보조장치를 개발해냈다.

단국대 의대 이상훈 (李尙勳.37) 교수 연구팀은 11일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안혁 (安赫) 교수팀과 공동으로 공압식 심실보조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심장 이상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환자의 체외에 장착, 심장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현재 전량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

李교수가 인공심장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90년 태어난 2대 독자 승리 (勝利.8.초등3) 군이 선천성 심장병인 대동맥 협착증을 앓고 있는 것이 계기가 됐다.

눈도 제대로 못뜨는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본 李교수는 가슴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아내와 함께 부둥켜 안고 제발 아들을 살려달라고 빌기를 한달여. 다행히 승리군은 李교수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조금만 뛰어놀아도 숨이 가빠져 항상 李교수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93년 본격적으로 인공심장 개발에 뛰어든 李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힘을 합쳐 연구를 거듭하는 한편 연구비가 모자랄 때마다 주저없이 사재를 털어넣었다.

병약한 아들을 어루만지는 기분으로 심실보조장치를 단 실험 양 (羊) 이 살아나기를 빌기 수십여차례. 하루를 넘기지 못하던 실험 양이 마침내 나흘 이상을 거뜬히 버텨내는 개가를 올리는 순간 李교수는 아들 생각에 굵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李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장치의 이름을 아들 이름 '승리 (VICTORY)' 를 따 '빅트 (VICT)' 라고 지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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