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엄삼탁씨 달성 보궐선거 묘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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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통령 딸과 청와대 경비장교의 한판 승부. 한나라당 김석원 (金錫元) 의원의 사퇴로 다음달 2일 실시되는 대구달성군 보궐선거에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로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는 국민회의 엄삼탁 (嚴三鐸.58) 부총재와 한나라당 박근혜 (朴槿惠.46) 씨가 '금배지' 를 놓고 격돌하기 때문. 경북대 학사장교 출신인 嚴부총재는 육군 대위때인 69년부터 72년까지 청와대 경비부대인 30경비단에서 중대장으로 있었다.

이때 朴씨는 여고생이었다.

당시 이들은 아침.저녁으로 마주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朴씨에게 있어 嚴부총재는 빵과 과자를 사주던 '아저씨' 였다.

3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면서 嚴부총재와 朴씨는 '여고생과 보디가드' 가 아닌 정적 (政敵) 으로 맞붙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이런 묘한 관계 때문에 서로 말을 아끼고 있다.

嚴부총재는 "한때 내가 보호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함부로 비난하고 공격하겠는가" 라며 "서로 헐뜯지 않고 달성군 개발공약을 통해 주민들에게 심판받겠다" 고 말했다.

朴씨도 嚴씨에 대한 평가를 자제한 채 "정치권 밖에선 나랏일을 하려고 해도 힘들어 출마를 결심했다" 며 "아버님의 뒤를 이어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 는 입장만 밝혔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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