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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판매량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쌀 풍년이 들었는데 정작 쌀 판매량은 확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쌀 값이 오르는 시기인 5월에도 오히려 쌀 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일 전국 백화점ㆍ대형마트ㆍ슈퍼마켓ㆍ편의점ㆍ식품점 1853개 점포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쌀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4만2566t이 팔려 1년전보다 26.5% 감소했다. 전체 쌀 소매 판매의 70~8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에서의 판매가 33.4%나 줄었다. <표 참조>

농촌경제연은 이처럼 쌀 판매량이 급감한 이유를 두가지로 분석했다. 대형 급식업체들의 사재기가 사라졌고, 쌀 소비도 약간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7년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쌀 생산량이 줄었다. 그러자 대형 급식업체들은 쌀 값이 뛸 것으로 보고 대형 급식업체들이 2007년 말부터 지난해 초에 걸쳐 쌀을 미리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에 풍년이 들자 이번엔 이런 ‘사전 확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484만3000t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쌀 소비도 줄었다. 2008년 11월~2009년 2월 사이의 1인당 소비량은 207.7g으로 전년보다 2% 가량 감소했다.

쌀이 잘 팔리지 않아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원래 5월은 쌀 값이 오르는 시기다. 추수 직후 쌀이 대거 풀리면서 값이 떨어졌다가 재고가 슬슬 소진되면서 5월부터 8월까지는 값이 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외다. 산지 쌀 값은 3월에 가마당 평균 16만2000원에서 이 달 초순 15만9744원으로 떨어졌다. 풍작으로 재고가 많아 쌀값은 8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농촌경제연은 내다봤다.

◇수입쌀도 판매 부진=농수산물유통공사가 들여와 경매에 부치는 밥쌀의 낙찰률이 30% 선을 맴돌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에 부친 중국산 1등급 쌀은 28.5%, 미국산 1등급 쌀은 31.2%만 낙찰됐다. 나머지 70% 가량은 창고에서 팔려갈 날을 기다리는 신세다.
수입 밥쌀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국제 곡물가가 오른데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산 1등급 쌀의 평균 낙찰 가격은 20㎏당 3만2700원. 국내산 평균 가격(4만200원)의 81%다. 관세를 5%만 붙인 게 이렇다. 관세율을 쇠고기와 같은 40%로 높이면 미국 쌀이 더 비싸진다.

이런 점 때문에 지금처럼 쌀을 의무 수입하지 말고 완전히 개방하면서 관세율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해야 오히려 외국산 쌀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일정량을 의무 수입하고 관세는 5%만 붙이기로 했다. 의무 수입량은 2004년에 20만t이었으며, 이후 매년 약 2만t씩을 늘리기로 했다. 올해는 30만t, 2014년에는 40만t을 반드시 수입해야 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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