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주재 첫 '정부청사 국무회의'…최고 국정심의기구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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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대통령은 10일 오전9시 정부 세종로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金대통령은 이런 국무회의를 자주 가질 예정이다.

회의가 토론형식으로 진행돼 1시간이나 걸린 것도 전 (前) 정권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金대통령은 인사말에서 국무회의 위상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국무회의는 명실상부하게 국사를 의결하고 논의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

국무회의가 요식행위로 끝나서는 안된다.

국사를 청와대 비서진이나 대통령 측근들이 좌지우지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국무위원들은 국사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

金대통령은 "앞으로 의장인 나도 계속 국무회의에 참석하겠다" 고 밝혔다.

그런 만큼 일단 국무회의 활성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金대통령은 국무회의.차관회의 규정개정안,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개정안 등 3개 안건을 의결한 뒤 물가.실업문제 등에 대한 토론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규성 (李揆成) 재경 = 물가가 1분기에는 상승할 것이나 2분기에는 다소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다.

식생활.교육비 등 생활물가에 관심을 갖고 관리해 나가겠다.

국민의 에너지 절약 등 협조도 절실하다.

▶김성훈 (金成勳) 농림 = 농산물의 직거래 촉진을 위해선 소비자중심의 생활협동조합이 필요하다.

재경부가 관계법을 조속히 성안해 달라.

▶李재경 = 이미 검토를 지시했다.

▶金대통령 = 정치가 흔들린다고 행정부가 흔들릴 필요는 없고, 흔들려서도 안된다.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행정부는 자기 할 일만 하면 된다.

외국에선 '한국이 정치안정을 이루지 못해 개혁의 진도가 늦고 심지어 후퇴한다' 며 일부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관망하는 쪽도 있다.

그러나 국민이 대단합하고 정부가 개혁조치를 만족스럽게 잘 해 나가면 외국의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위기는 기회다.

정부.기업.노동자가 힘을 합하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정부는 개혁을 행동으로 보여줘 분위기를 일신시키자.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 = 중점 추진할 개혁사항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총리에게 설명해 주면 대통령에 대한 보고준비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회의는 경호문제로 다소간의 불편을 주기도 했다.

출입자들에 대한 금속탐지기 통과 등 철저한 보안검색이 있었고, 회의시간을 전후해선 19층이 완전 통제됐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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