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독성학자 박종세 식품안전청장 뜻밖의 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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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준비된 전문가' 가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 (首長) 자리에 올랐다.

8일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 발탁된 박종세 (朴鍾世) 독성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성학자.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세계적인 육상스타이며 1백m달리기 우승자인 캐나다 벤 존슨의 스테로이드 복용사실을 입증, 금메달을 박탈한 사건은 그의 명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또 히로뽕 복용여부를 30초 안에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는 휴대용 감정시약을 91년 개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초대 청장에 행정관료들이 거명됐던 탓인지 朴청장 자신도 발탁 사실에 대해 전혀 뜻밖이라며 의외로 받아들이지만 "행정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행정을 펼치겠다" 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65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메릴랜드대 의대 종신교수로 안정적 생활을 하던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약물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두 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전두환 (全斗煥) 전대통령은 85년 8월 그를 청와대로 불러 2시간 동안 독대하면서 귀국을 종용했다.

결국 86년 8월 귀국,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부설 도핑컨트롤센터를 창설했고 96년까지 10년간 소장으로 일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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