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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선거] 민주 약진…자민+공명 과반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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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1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한 자민당 후보의 이름 위에 장미꽃 장식을 붙이고 있다. [도쿄 AP=연합]

일본 참의원 선거가 전국 5만3291개 투표소에서 11일 일제히 실시됐다. 전체 정원 242석 중 절반인 121석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12일 0시20분 현재 집권 자민당 47석, 제1야당인 민주당이 47석을 확정지었다. 공명당은 9석, 공산당은 3석, 사민당은 1석, 무소속은 5석을 확보했다.

자민당과 민주당의 박빙 승부는 자민당이 연금법 개정 등으로 지난 선거에 비해 고전한 반면 민주당이 약진한 데 따른 결과다. 자민당은 고전에도 불구하고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과 합쳐 참의원에서 과반의석을 얻어 안정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공명당과 합하면 과반 의석이 된 이상 내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오후 8시 투표 마감과 동시에 발표된 NHK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은 48~55석을 얻는 것으로 예상돼 43~52석의 자민당에 앞섰다. 최종 결과는 12일 새벽에 판명된다.

임기 6년의 참의원은 정원의 절반씩을 3년마다 개선(改選)한다. 투표율은 56%로 잠정 집계돼 2001년의 56.44%와 비슷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선 한국계 일본인인 백진훈(白眞勳.일본명 하쿠 신쿤.46)씨가 민주당 비례대표로 첫 당선됐다. 백씨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로 한국 국적을 유지하다 지난해 1월 귀화했다. 백씨는 이번 선거에서 '한반도 전문가'를 물색하던 제1 야당 민주당에 의해 비례대표로 공천됐다.

도쿄=예영준.김현기 특파원<yyjune@joongang.co.kr>

[뉴스 분석] "그만둘 필요 없지만 죽은 몸" 고이즈미 정치적 입지 줄 듯

3년3개월 전 압도적인 지지와 함께 출범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자민당이 1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민주당은 개선 의석만으로 보면 기존 38석에서 10석 이상 의석을 늘리며 약진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진로는 자민당의 확정 의석 수에 따라 두가지로 나눠 전망할 수 있다. ▶51석 이상=장기 집권▶45~50석=총리직 유지하되 정치력 약화의 시나리오다. 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 44석에 머물러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가 사퇴한 경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만약 자민당 의석이 50석에 못 미치면 현재보다 의석이 줄어드는 패배가 된다. 하지만 당장 고이즈미 총리의 퇴진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당사자는 물론 당 중진도 "정권의 향배를 가름하는 중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어 그만둘 필요가 전혀 없다"고 거듭 말했다.

게다가 자민당 내에 고이즈미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참의원 간사장이 "그만둘 필요까지는 없지만 죽은 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처럼 고이즈미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약화되고 대신 각 파벌 리더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자민당은 공명당과의 연립을 통해 참의원 과반수를 유지하겠지만 공명당의 입김은 지금보다 훨씬 세진다. 또 야당인 민주당이 50석 이상을 차지해 자민당을 앞설 경우엔 중의원 해산을 통한 총선거 실시를 주장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목표선인 51석을 넘기면 고이즈미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06년 9월까지 재임기간 5년5개월의 '장수총리'가 될 수 있다. 한때 목표 의석인 51석을 놓고 "너무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던 자민당이 고전한 것은 6월 이후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집권 초기 80%를 웃돌던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 30%대로 추락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달 5일 국민의 부담은 늘리고 수령액은 줄이는 쪽으로 개정한 연금법의 국회 통과를 강행한 것이다. 수십년간 납입한 연금 혜택을 하루아침에 삭감당한 유권자들은 분노했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한 것도 악재였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고이즈미가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일본 정치인으론 보기 드물게 소신을 명확하게 말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독선으로 흐르며 유권자의 실망을 샀다.

도쿄=예영준 특파원<yyjune@joongang.co.kr>

[참의원 역할은] 임기 6년…중의원 견제·보완

일본의 의회는 중의원과 참의원의 양원체제다. 의원내각제에선 국회가 정부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국회가 멋대로 질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두 개의 원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중의원 우위'의 원칙이 확실하다. 최종적인 총리지명권과 내각불신임 의결권이 중의원에 있기 때문에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의 향배가 결정된다.

그렇다고 참의원 선거에 정치적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는 정권교체와 상관이 없으나 집권당이 참패할 경우엔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거나 중의원 해산을 통해 새롭게 선거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다.

법안 심의는 양원에서 별도로 이뤄진다. 만약 양원의 의견이 다를 경우엔 '양원협의회'를 열어 타협점을 모색한다. 그래도 일치가 안 되면 일반 법안의 경우 중의원이 3분의 2의 찬성으로 참의원 의결을 뒤집을 수 있다. 예산.조약.총리 지명 등에선 중의원의 결정을 우선한다.

원칙적으로 참의원은 중의원을 보완 또는 견제하는 기능을 갖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참의원의 선출방식이 중의원과 크게 다를 바 없고 독자적으로 하는 일도 거의 없다는 이유로 참의원 폐지론도 대두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luckyman@joongang.co.kr>

"편리한 날짜에 미리 투표하세요" 선거일 전 투표제 도입

정치 불신으로 인한 투표율 저하는 일본에서도 고민거리다. 특히 투표일이 일요일이고 날씨가 좋을수록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처음으로 이번 선거에 '기일 전 투표'제도가 실시됐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선거 전날까지 16일 동안 약 717만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 투표율을 7% 가량 높인 효과다.

기일 전 투표란 선거 당일 여행.레저.가정행사 등으로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이 미리 지정된 투표소에 나와 주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투표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예전의 부재자 투표는 사유를 설명하고 입회인의 서명을 받는 절차가 필요했으나 이를 간소화했다.

도쿄(東京) 도심의 주오(中央)구 관계자는 "구청.구민회관 등 세 곳에 투표소를 마련했는데 출퇴근 시간에 투표하는 젊은 층이 많았다"고 말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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