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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복수노조·전임자 임금폐지 내년엔 시행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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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일각에서는 노사 간의 합의가 어렵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3~5년 후로 다시 한번 시행연기를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노사 간의 물밑 이해관계와 맞물려 은연중에 힘을 얻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의 경우 사용자는 당연히 상대해야 할 노조의 숫자가 느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양대 노총도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사업장별로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내심 반기지는 않고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경우도 노동조합은 영세노조가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시행에 결사반대하는 상황이다. 결국 노사 모두, 법안대로 시행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이 법안의 시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복수노조의 설립을 금지하고 전임자 임금지급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한 현재의 상황을 지속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복수노조의 설립을 금지한 현행법은 국제노동기구에서 정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이는 노동 탄압국의 이미지를 주고 있으며, 국제기구로부터 반복되는 시정 요청을 받아왔다. 사용자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는 대규모 노조의 경우에는 전임자 임금지급이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과다한 전임자를 운영하는 경우가 그런 예다. 또한 상급단체에 파견될 경우 기업의 노사관계를 담당하지 않는 전임자의 임금을 기업에서 지급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더불어 2010년으로 예정된 이 법의 실시를 또다시 유예할 경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노사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할 수 있다. 이미 입법된 지 13여 년 동안 시행하지 못한 법안이 다음 번에 반드시 실시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사실 이 두 이슈에 대한 노사 간의 합의는 불가능해 보인다.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경영계는 창구 단일화를, 노동계는 실시한다면 노사 자율에 맡길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해 경영계는 전면 금지를, 노동계는 노사 자율로 일부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노사 합의가 어렵다면 이제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노사정위원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노사정 간 논의를 거쳤으나 합의를 보지는 못했다. 다만 공익위원들의 뜻을 모은 타협안이 준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와 국회는 비교적 중립적이라고 간주되는 타협안을 2010년부터 즉시 발효하도록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와 국회로서는 어떻게 결정을 하더라도 노사 일방 혹은 쌍방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곤혹스럽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개혁을 한다는 것이 노사 양측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점이 고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13년을 기다려온 법안의 시행을 또다시 미룰 수는 없다. 정부와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