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터 말 듣고 5000㎞마다 엔진오일 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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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 내부의 손상과 마모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엔진오일이다. 교체 주기를 너무 늦추면 엔진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때 교환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카센터의 권유에 따라 주행거리 5000km마다 오일을 교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매우 가혹한 주행을 반복적으로 하는 정도에만 해당한다.

실제 자동차 메이커의 권장 교환 주기는 이보다 2~3배 길다. 매그너스·토스카의 직렬6기통(XK) 엔진 개발을 담당한 GM대우의 이재훈 차장은 “자동차 엔진오일은 엔진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시험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메이커가 권장하는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교환 주기를 제때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일을 제때 교환하지 않게 되면 오일의 질이 떨어지는 열화현상 등으로 크랭크샤프트 및 커넥팅 로드 등 주요 부품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은 “GM대우차는 1만5000km 정도에서 오일을 교체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만약 계기판의 엔진오일 경고등이 들어올 경우에는 주행거리와 상관없이 즉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진 및 오일의 성능이 개선됨에 따라 스포츠카의 엔진 교환 주기도 길어지는 추세다. 스포츠카 포르셰는 전 모델이 매 2만km 주행 또는 1년마다 오일을 교체해 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높은 분당회전속도(rpm)를 사용하는 고성능 스포츠카 페라리도 매 1만km 또는 1년마다를 교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면 엔진 성능의 한계치를 끌어내야 하는 경주용 자동차는 아무리 성능 좋은 합성유를 사용하더라도 경기마다 오일을 교환한다. 이는 고성능으로 튜닝된 엔진과 자동차 경주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이처럼 엔진과 오일의 성능 향상으로 교환 주기는 꾸준히 길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과격한 운전을 즐기거나 먼지 등 오염물질이 많은 곳에서 자주 운행하는 차량들의 경우는 오일을 점검해 교환 주기를 당기는 것이 좋다. 오일 교체를 할 때 등급의 선택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등급은 5W-30 제품들이다. 간혹 고가의 등급 높은 오일을 권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엔진 사양에 걸맞은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엔진오일 등급의 숫자는 오일 성능이 유지되는 온도를 나타내는 기준이라고 이해하면 쉽다(표 참조). 엔진과 어울리지 않는 높은 점도의 오일을 사용하면 오히려 겨울철 시동 때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오일의 교체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의 꾸준한 점검도 엔진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고성능 터보차저 엔진이 장착된 모델의 경우 일정 주기마다 점검하는 것은 필수다.

오토조인스=김기태PD
(autojoin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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