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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얼굴 없는 작가'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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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자신의 본명이나 경력.얼굴모습 등을 철저히 감춘 작가가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芥川) 문학상 수상 후보로 선정돼 화제다.

지난 8일자 아사히 신문(석간)에 따르면 제13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로 결정된 6편의 소설 중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최고로 좋아해'의 작가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郞.가명)는 '1973년 후쿠이현 출생'이라는 점 외에는 일체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복면의 작가'다. 아쿠타가와상은 매년 1, 7월 두차례 시상하며, 올 하반기 수상작은 15일 결정된다.

마이조는 지난해 작품 '아수라 가루'로 미시마(三島)상을 수상했을 때도 기자회견은 물론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대신 "작품이 순수한 형태로 읽히길 원하기 때문에 내 모습이나 목소리를 감추렵니다"는 코멘트만 보내왔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그동안 가명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해왔으며, 최근에는 미국작가 톰 존스의 단편을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아쿠타가와상은 기자회견이나 시상식 참석을 시상 조건으로 삼고 있지 않다.

국내의 경우 문학상 수상자가 끝내 얼굴을 나타내지 않은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는 "신춘문예에서 응모자가 자신을 감추기 위해 가명으로 응모하는 경우는 가끔 볼 수 있다"며 "우리에게도 마이조처럼 근성있는 신인이나 기성작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홍 경희대 교수 역시 "1980년대 '얼굴없는 시인'으로 활동했던 박노해를 제외하면 국내 문단에 그런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김재홍 교수는 "마이조의 경우는 기존 작가가 객관적인 검증을 다시 한번 받고 싶어 신분을 감추고 있거나, 센세이셔널한 효과를 노린 신인작가의 행동 중 하나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SF 작가인 듀나는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문학과지성사에서 SF 소설집 '태평양 횡단 특급'을 펴낸 듀나는 책 출간과 관련된 모든 연락을 e-메일로 주고받고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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