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 - 윤석화, '따로 또 같이' 인기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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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스타 윤석화의 신화는 '윤석화 = 히트' 다.

이 신화 때문에 尹씨는 매 공연마다 피를 말리는 괴로움을 겪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윤석화는 용케 이 신화를 지켜왔다.

'덕혜옹주' '명성황후' '나, 김수임' 등 최근 작품에서도 다 그랬다.

그러나 이런 성공이 매번 공고화 할수록 그 신화에 대한 尹씨의 강박관념은 더욱 깊어졌다.

아마 이같은 尹씨의 강박관념이 극도로 폭발된 작품을 치라면 현재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마스터 클래스' (22일까지, 강유정 연출)가 아닌가 싶다.

앞서 지적한 '신화 지키기' 에 대한 부담감에다 또 하나의 걸림돌이 보태져 개막전부터 시련이 컸다.

이유는 아래층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명성황후' (19일까지, 윤호진 연출) 때문이다.

'명성황후' 는 그녀가 초연때 출연해 흥행성공에 지대하게 공헌한 그녀의 대표작이지만 지난해 8월 뉴욕 공연에 함께 가지 못해 정신적 충격을 겪어야 했다.

이런 사정을 빗대 호사가들은 지난달 25.26일 두 작품의 아래위층 개막공연을 두고 '윤호진 - 윤석화 대회전' 이라며 긴장을 부추겼다.

이런 관심이 尹씨에겐 이중고였다.

그러나 결과는? 늘 그랬듯이 한 스타의 신화는 아직 건재했다.

국내 초연작이란 생소함과 거의 1인극에 가까운 단조로움을 역시 윤석화 특유의 스타성과 흡입력으로 극복돼 '마스터 클래스' 는 일단 히트작의 충분조건을 갖췄다.

주인공 마리아 칼라스로의 그녀의 역할변신도 꽤 설득력이 있다.

연극 데뷔무대나 다름없는 조연들의 열창은 이미 목소리를 잃은 말년 대성악가의 강건한 예술혼과 충돌하며 긴장과 코믹, 도전과 타협의 하모니를 멋지게 연출했다.

지금의 이런 긴장관계와 달리 얼마전까지만 해도 윤석화와 윤호진은 '동반성공' 의 한길을 걸어왔던 명콤비였다.

그 시발점은 지난 83년 국내 초연된 '신의 아그네스' 였다.

윤석화가 직접 번역.출연한 '신의 아그네스' 는 윤호진의 손길을 거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한 신문의 사설에 오를 정도였다.

둘의 이런 성공은 '사의 찬미' (90년) '아가씨와 건달들' (94년) '명성황후' (96년) 로 이어졌으나 지난해 둘의 관계가 '삐끗'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결별?

'마스터 클래스' 는 초반이어서 현재 객석점유률 70%대. 점차 가속도가 붙고 있어 매회 매진에 가까운 '명성황후' 와 함께 아래위층 동반히트는 시간문제일 듯하다.

이제는 '따로 또 같이' !

이런 히트예감은 언젠가 닥쳐올 '신화의 몰락' 에 번민하고 있는 한 스타를 구해준 구원의 불빛이다.

윤호진도 그녀의 열정에 내심 박수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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