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남북관계법 왜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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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파격적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 양대법(남북교류협력법.남북관계발전기본법)을 추진하면서 내건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변하는 남북관계를 담아낼 새 부대가 필요하고, 남북관계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을 오가는 연간 인원만도 1998년 3300여명에서 지난해 1만6000여명으로까지 늘었고, 교역량 역시 2억2000만달러(98년)에서 7억2000만달러(2003년)로 급증했다는 사실을 법안 제.개정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남북 간 인터넷 접촉을 전면 허용하고 주민 접촉을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사실상 자유화하는 등의 전향적 조치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국가보안법이란 장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현행 남북교류법은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이 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3조)는 조항을 두고 있다. 여기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란 사실상 국가보안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이 점을 고려했다. 임종석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은 '정당하다고 인정되는'이란 부분을 삭제했다. 그리고 '이 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3조)는 조항을 추가했다. 임종석 의원 측은 "남북교류협력법의 특성상 처음 만들어졌을 때도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는 개념이 적용됐던 만큼 이번에 좀더 업그레이드해 국가보안법 적용을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북교류에 있어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은 파격이 아니라 현실을 고려한 실용이라는 게 열린우리당 측의 시각이다.

여권은 한나라당도 이런 법 추진 방향에 동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미 남북한 자유로운 교류의 제도적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발전기본법도 정기국회에서 손질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실제로 열린우리당의 안에 동조할지는 의문이다.

통일부는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이 남북관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 안정성과 남북교류의 현실성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터넷 접촉 전면 허용과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인터넷을 풀 경우 다른 전화나 팩스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호.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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