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원어민 강사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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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원어민 강사에게 물어보니…
“독서력 길러야 실력↑, 시험 점수 너무 연연말길”

“영어 시험 점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 2년 이상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원어민 강사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최선어학원의 멜라니 깁슨(Melanie Gibson·여·27·캐나다·강사경력 3년), 정상어학원의 크리스토퍼 엠브리(Christopher Embry·남·29·미국·4년),토피아어학원의 마이클 지(Michael Chi·남·30·미국·2년) 강사를 만나 한국 학생들이 가진 영어학습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엄마들의 조급증, 성적지상주의
학부모가 갖고 있는 영어 교육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바로 자녀들의 ‘시험 성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들을 실제로 가르치고 있는 원어민 강사는 바로 그 점을 경계한다. “한국 학부모들은 성적에 너무 매달리는 것 같아요. 영어 시험 점수가 그 아이의 실제 영어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진 못합니다.” 미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크리스토퍼 엠브리(이하 크리스) 강사는 성적지상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는다. 그는 “언어에 있어 정확성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며 “그 언어가 쓰이는 사회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 면에서 “영어마을식의 학습공간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영어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문법·단어 뜻만 외우는 방식은 안돼
멜라니 깁슨(이하 멜라니) 강사는 “한국에서는 영어를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영역으로 나눠 가르치는데, 그게 가장 잘못된 방식”이라며 “공부하는 시간은 많은데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문법을 강조하고 단어의 뜻을 외우는 데만 급급한 일부 교육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

“가끔 나도 알지 못하는 어려운 문법내용을 말하는 학생을 보고 놀란다”는 그는 “알고있는 문법이 문장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하나의 단어가 서로 다른 문장에서 어떤 뜻을 지니는지를 알아야한다”고 말했다.“영어 실력은 ‘독서’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는 마이클 지(이하 마이클) 강사는 “흥미 있는 분야를 찾아 자유롭게 독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읽은 내용을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고 이를 표현해보는 토론식 공부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해외 거주경험이 많은 학생들이 표현력은 높지만 독해나 쓰기 실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 그는 이어 독서 습관이 잡혔다면 듣고 따라하기 단계에 접어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영어 학습서에 첨부돼 있는 CD를 그저 듣는 데만 그치지 말고 반드시 큰 목소리로 따라 읽어야 한다는 것. 듣기 실력 뿐 아니라 말하기 실력도 자연스레 향상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원어민 강사 실력도 검증해야
멜라니 강사는 바로 이 부분에서 원어민 강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법이나 읽기 영역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한국식으로 가르쳐도 큰 무리는 없지만, 영어권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이해나 표현이 가능한 듣기, 말하기 영역의 학습은 반드시 원어민 강사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강사의 실력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크리스 강사는 “태국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쳐 본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강사의 실력을 평가해서 국가에서 인증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보다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강사의 평가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주장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열정은 아이들을 오히려 좌절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마이클 강사는 “평소에 대화도 잘 통하고 수업도 아주 재미있어 하는 학생이 낮은 시험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내가 보기에는 누구보다 영어를 잘하는데 결국 시험 스트레스와 경쟁심 때문에 영어 공부를 포기하고 말더라”고 털어놓았다.

언어학습도 결국 정서가 안정돼야 좋은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아이들은 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루에 잠을 4시간 밖에 자지 못한다는 학생들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입을 모은 이들은 한국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잠’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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