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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스타일리스트]전방위음악가 김동섭…'소량 다품종' 연주 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그가 거리를 지나가면 주위 사람들은 "저 사람 좀 봐 - " 한다.

헤어스타일.복장 등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이 랩 가수나 인기 연예인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스물 다섯 김동섭. 이미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그는 대학로의 복합문화공간 '살' 이나 홍대앞 클럽 등지서 전자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음악인이다.

전위적인 그의 음악은 다소 어렵긴 하지만 가만히 듣다보면 가슴을 움직이게 한다.

타고난 '끼' 덕분일까. 얼마 안되는 연주 경력에 걸맞지 않게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96년 11월의 첫 공연 이후 그는 이미 1백여 차례나 공연을 가졌고 재즈 연주자 김대환.강태환이나 무용가 홍신자등 대가들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게다가 조각가 이윰.무용가 김효진과의 '이미지 시어터' 작업이나 비디오 아티스트 박현기.황신혜 밴드 등과의 공연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활동에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애당초 그는 미술을 하고 싶었단다.

한데 미대 진학을 앞둔 고3 시절 어느날의 희한한 체험이 그를 음악으로 이끌고 말았다.

"거리를 지나는데 패션매장에서 댄스음악이 흘러나오더군요. 바로 그때 리어카 테이프장사가 트롯 음악을 틀며 지나갔고요. 순간 두 음악이 섞이더니 눈앞이 멍해지면서 현재와 과거가 충돌하는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소리가 그토록 강렬한지는 이전엔 미처 몰랐어요. " 이후 그는 세종대 콘서바토리 과정과 서울재즈아카데미에서 콘트라베이스를 배웠고 서울시향의 윤희찬씨나 서울재즈쿼텟의 장응규씨로부터 클래식.재즈 연주를 배웠다.

여기에 피나는 연습이 뒤따랐다.

매일 5~6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성에 차는 일종의 '결벽증' 까지 생겼을 정도였다.

사실 그의 음악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번 가진 연주는 녹음을 하지 않고 같은 곡을 다시 하지도 않는다' 는 독특하고도 확고한 그의 원칙 탓에 공연장을 찾지 않으면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음악 역시 산업의 논리 아래서 대량생산되고 있잖아요. 그게 마음에 안 들거든요. 관객들이 제가 연주하는 곡을 가슴으로 녹음했으면 좋겠어요. "

그런데 이게 웬일?

그는 곧 '오즈 오로라' 라는 음반을 낸다.

자신의 연주를 녹음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 아닌가.

"그렇진 않아요. 이번 앨범에는 제 연주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거든요. 제가 만든 컴퓨터 프로그래밍 음악에 이상은.크래시.안이영노.달파란.어어부 등 음악인들이 참여하게 되죠. "

음악 방향도 테크노 계열이다.

다소 난해한 감이 있지만 눈을 감고 듣다보면 아름다운 영상이 떠올라 인간적인 냄새까지 묻어난다.

뿐만 아니라 멀지 않아 홀로그램을 이용한 '전위입방체' 라는 프로젝트까지 만들 계획이란다.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연주, 순수 디지털 음악, 홀로그램 영상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별 충돌 없이 한 사람에 의해 담길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뭘 그 정도 갖고…사실 과학소설도 쓰고 있는데요. 제 상상력을 펼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죠. "

참 아름다운 행복론이다.

글 = 문석·사진 = 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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