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20표 모은 ‘박지원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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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회견을 하러 가던 중에 첫 번째 만난 유권자니까 김(유정) 대변인, 꼭 찍어 주실 거죠”, “오늘 새벽 세 시에도 인천공항에 가서 이미경 총장님 오시는데 나갔는데 성의를 봐서도 저 찍어 주실 거죠.”

정견 발표를 하는 동안 의원들은 웃고 또 웃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박지원(67·사진) 의원의 노련한 유머 때문이었다.

1차 투표 결과는 20표. 2위를 차지한 김부겸 의원과는 단 2표 차였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박 의원이 2위를 했다면 결선투표에서 이강래 의원을 이겼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나왔을지 몰라도 내가 생각했던 것에는 못 미친다”고 아쉬워했다.

그의 20표는 당내에서도 ‘파란’으로 받아들여졌다.

각각 수개월·수주 동안 경선을 준비해 온 이·김 의원에 비해 그가 선거운동을 한 기간은 불과 5일이었다. 그의 선전에는 몇 가지 비결이 있다. 적극적인 선거운동 방식이 우선 화제였다. 지도부 회의, 계파 모임 등 의원들이 모였다면 어디든 찾아갔다. 스스로 말했듯이 새벽에 공항에도 달려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를 노골적으로 ‘세일즈’하기도 했다.

그는 구민주계뿐 아니라 주류, 정동영계 등으로부터 고루 표를 얻었다. 측근인 박선숙 의원은 “주류, 비주류를 넘어 계파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에 수긍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을 지도부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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