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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고성방가 대신 나눔·봉사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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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르신과 함께하는 골든벨’ 행사가 15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할머니들이 학생 봉사단원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풀고 있다. [김경빈 기자]

15일 오후 3시 서울 회기동 경희대 캠퍼스. 축제가 한창인 학교에서 특별한 퀴즈 대회가 열렸다. 지역 주민 60명을 초청해 연 ‘골든벨 퀴즈’ 행사였다. 학생 30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어르신들 곁에서 퀴즈 문제를 설명해주고 간단한 다과도 준비했다. 상식, 사자성어부터 신세대들이 쓰는 신조어의 뜻을 묻는 다채로운 문제가 출제됐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모처럼 실컷 웃어본다”며 즐거워했다. 막간에는 학생들의 재롱잔치가 열렸다. 무용과 학생들은 발레 공연을, 풍물패 동아리는 사물놀이 공연을 펼쳐 흥을 돋웠다. 행사가 끝난 뒤엔 안마기와 경희대한방병원에서 만든 오가피 추출액, 생활용품 등을 상품으로 나눠줬다. 행사에 참석한 우서복(69·제기동) 할머니는 “오랜만에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았더니 몸과 마음이 젊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신촌 연세대 교정. “사랑의 빵 사세요!” 중앙도서관 앞에 마련한 판매 부스에서 학생들이 목청껏 구호를 외치며 빵을 팔고 있었다. ‘강서지역자활센터’에서 만든 빵과 쿠키였다. 연세대는 봄 축제 ‘대동제’ 기간인 13일부터 이날까지 ‘연세의 빵빵한 나눔 스토리’ 행사를 열어 제과제품을 시중의 절반 가격으로 팔았다. 3일 동안 모인 수익금 100여만원은 독거노인과 새터민 지원에 쓰기로 했다. 한쪽에선 치과대학 학생회가 학생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구강 검진 행사를 열었다. 신촌에 사는 김미선(47·여)씨는 “대학교 축제 하면 술판에 고성방가만 떠올렸는데 올해 행사는 신선한 충격”이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도 20일부터 열리는 축제 기간에 구세군과 함께 ‘희망나누미’ 바자를 연다. 총학생회는 수익금 전액을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또 학생들에게 화장품, 음료 등 기업에서 후원받은 샘플 제품을 나눠주고 원하는 만큼 기부금을 내도록 해 구호단체 굿네이버스에 기아 돕기 기금으로 낸다.

한양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70일간의 기적’이라는 헌혈 행사를 진행 중이다. 축제 3개월 전인 3월부터 진행된 행사에는 총 5000여 명의 학생, 교직원, 동문이 참석했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나눔 축제에 함께한다. 명지대는 서울캠퍼스 대운동장에서 ‘명지 월드 페스티벌’을 열고 10개 국에서 온 유학생들과 함께 각국의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행사 수익금은 인터넷 외교사절단 반크(VANK)에 지원하기로 했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 교수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사회 전반에 나눔·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변화”라고 말했다.

이에스더·이정봉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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