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격차 → 교육 격차 고리 끊기 나선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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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장학금과 학용품 비용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의무교육 전 단계인 유치원과 보육원 비용을 전액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발생하는 교육 격차와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일 문부과학성은 이달 말 안자이 유이치로(安西祐一郞) 게이오(慶應)대 총장,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 파나소닉 회장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회의를 열어 7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회의 불평등 없애야”=통신제 학교를 포함해 일본의 고교 진학률은 97.8%(2008년)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중퇴하거나 휴학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고교 중퇴생은 7만2854명이었다. 특히 교육비가 비싼 사립학교를 중퇴한 학생은 전년의 3배에 이르러 2만4500명이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 수업료 체납자 비율도 전년의 0.9%에서 2.7%로 증가했다.

하지만 현행 고교 장학금과 수업료 면제 제도는 보호자 수입이 극도로 적을 때만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고,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하다. 일 정부가 장학금과 학용품 비용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은 또 젊은 부모가 경제적 이유로 취학 전 자녀를 보육원과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에도 국가가 공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정책 금융공고(公庫) 조사에 따르면 연간 200만~400만 엔(약 2600만~5300만원)을 버는 가정은 그중 절반 이상을 교육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가정의 교육비 부담이 상당히 무거운 것이다. 반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국 정부의 교육기관에 대한 공적 지출 비율에서 일본은 28개국 중 최하위였다.

◆대학도 장학금 지원 대폭 확대=일본학생지원기구로부터 학비를 대출받은 학생들 가운데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갚지 못하는 경우에는 변제 기간을 연장키로 했다. 또 장학금 변제 기간 연장 대상자를 현행 4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리고, 무이자 장학금 대출 인원을 지금의 2배인 8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 초 지원기구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과 전문대생은 115만 명이고, 대출금은 총 9475만 엔(약 12억원)이었다.

대학들도 학비 면제와 장학금 신설 등 긴급지원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지바(千葉)의 슈쿠토쿠(淑徳)대는 저소득층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학비 120만 엔(약 1500만원)을 전액 면제하고, 개인이 금융기관에 내는 대출금 이자를 학교가 지원하기로 했다. 시가(滋賀)대와 삿포로(札幌)대 등도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학비를 일부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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