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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서울의 미래를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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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도시사회학자 데이비스에 따르면 도시 인구 집중이 이전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앞지르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한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950년 전 세계에 100만 명 이상의 도시는 86개였지만 현재는 약 400개이며 2015년에는 55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가까운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는 인류 역사에 유례가 없는 속도이며 2025년이 되면 아시아권에서만 십여 개의 초거대도시(Hyper City)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장차 세계는 민족국가의 개념이 약화된 초거대도시 중심의 블록경제권을 형성하면서 약 3000만 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제조업·서비스업·금융업이 함께 복합되면서 도시 간에 비교우위가 있는 어번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초거대 도시 간의 경쟁이 가속화되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의 용산 일대가 여의도와 도심 광화문을 연결하는 금융·산업·문화의 핵심 클러스터로 성장해 향후 서울의 미래를 견인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건축가 렘 콜하스는 지난 100년 동안 대도시는 적절한 이론이 부재한 상태에서 고층화되고 거대화돼 왔다고 역설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도시재생이 새로운 관점과 이론으로 준비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한강과 기존 도시의 연결을 통한 친수연계형 도시재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계획은 수변공간과 KTX, 페리터미널을 연결하는 서울의 미래기반을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해 말 마스터플랜을 지명 공모하고 최근 최종 당선작으로 리베스킨드의 안을 결정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리베스킨드의 마스터플랜이 군도(Archipelago)의 형상을 대지 전체의 이미지로 반영하고 수변에 상당한 크기의 습지와 오픈 스페이스를 배치해 대지가 한강변에 있다는 이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다도해의 형상과 한국 고지도의 이미지를 살린 배치도는 물론 신라금관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초고층 건물의 스카이라인 계획이 함께 어우러져 초현대적인 것들과 자연적인 것, 그리고 전통적인 것을 연결시키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다른 안들보다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섬세하게 대지와 프로그램의 숨은 잠재적 포스를 끄집어내 작업하는 리베스킨드식의 접근을 생각해 볼 때 오픈 스페이스형 군도는 한강르네상스 계획과도 잘 연계돼 보인다. 한편 한강수를 열원냉각용으로 이용하는 방안과 윈터가든에 의한 고효율 입면시스템 등 다양한 녹색기술을 이용한 도시설계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미래 건축을 선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용산과 한강을 중심으로 글로벌 초거대도시로 탈바꿈하는 서울 재구축 전략의 일환으로 용산의 향후를 주시하고 싶다.

천의영 서울디자인올림픽2009 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