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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 Free 렌털 마케팅의 혁명을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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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포브스코리아웅진코웨이가 설립된 지 20년이 됐다. 렌털 마케팅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웅진코웨이가 이번에는 렌털 비용을 되돌려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홍준기 사장의 파격적 서비스 마인드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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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페이프리 외환카드로 SK 주유소에서 30만 원을 쓰고, 네 개 할인 마트에서 15만 원을 쓰면 2만1000원이 고객 계좌로 입금된다. 웅진코웨이 고객은 9000원만 더 내면 월 렌털비가 3만 원인 정수기를 사용할 수 있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

지난해 10월에 웅진코웨이가 선보인 ‘페이프리’ 서비스의 혜택이다. 페이프리는 고객이 웅진코웨이 제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일정 수준의 현금을 되돌려주는 서비스다.

웅진코웨이와 제휴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상품이다. 제휴사가 절약한 마케팅, 판촉 비용을 웅진코웨이 고객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홍준기(51) 웅진코웨이 사장은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는 휴면 신용카드 포인트가 2007년 기준으로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점에 착안해 페이프리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첫 제휴사인 외환은행과 제휴 카드를 만들었다. 현재 SK텔레콤, 교보 AXA보험과도 제휴를 끝낸 상태다. 올해로 설립 20년을 맞은 생활환경 전문기업인 웅진코웨이는 불황에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수기, 공기 청정기, 비데, 음식물 처리기 등이 웅진코웨이의 주력 상품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3144억 원, 영업이익 19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8.4%, 18.7% 늘어난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룬 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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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사장은 “특히 페이프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거둔 것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웅진코웨이 회원 440만 명 중 지금까지 59만7000명이 페이프리 회원으로 가입했고, 이 서비스 도입 후 렌털 서비스 해약률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2006년 6월에 부임한 홍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에 오른 이른바 성공한 샐러리맨 출신 CEO다. 삼성전자에서 24년 동안 TV 사업을 진행하다 웅진코웨이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 사장이 요즘 주력하는 일은 페이프리 서비스 확대다. 그는 이 서비스를 앞으로 10년 동안 웅진코웨이의 성장을 이끌 든든한 사업 모델이라고 자신한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모니터그룹의 송기홍 M2C Asia 대표는 “불황기에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렌털 요금을 내는 방법 자체를 바꿔 고객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한 게 획기적”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의 지난 10년 성장을 이끈 것도 가격에 대한 장벽 낮추기 과정이었다.

웅진코웨이는 1997년까지만 해도 다른 회사처럼 정수기를 일시불로 판매했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터지고 목돈을 내고 제품을 구입할 소비자가 크게 줄자 한 달에 2만~3만 원의 사용료를 내고 제품을 빌려 쓰는 ‘렌털’ 모델을 도입했다. 고객이 3년 이상만 사용하면 제품 가격을 뽑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웅진의 이 같은 전략은 적중했고 이를 통해 불황을 극복했다. 렌털 마케팅 도입 후 10년 동안 웅진코웨이의 매출은 15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 3년 동안 홍 사장이 추진한 성장 전략은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가 될 제품을 만들고자 디자인 개발과 제품 연구에 적극 나섰다.

매출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웅진코웨이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예컨대 2007년에 문을 연 웅진코웨이 R&D센터에 580억 원을 투자해 세계 기준 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배치했다. 디자인 혁신을 추구한 결과 ‘Petit 정수기’가 세계 4대 디자인 어워드의 하나인 ‘레드닷’을 수상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은 2006년부터 매년 100% 이상 늘어나고 있다. 내부 경영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도 웅진코웨이의 실적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요인이다. 웅진코웨이는 지속적인 공급망 관리(SCM) 혁신을 통해 지난 2년간 재고를 크게 줄였다. 아웃소싱 했던 제품은 자체 제조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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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수력겳〕恪?환경 전시회를 찾은 바이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

지난해부터는 협력 업체와 공동으로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홍 사장은 “평소 원가를 절감하고자 직원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애를 썼다”며 “그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그나마 직원들에게 면목이 선다”고 말했다. 그는 웅진코웨이의 저력을 조직 문화에서 찾는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는 자기가 그 분야의 최고라 여기는 직원이 많아 회의가 잘 안 됐습니다. 웅진코웨이에서는 서로 도움이 된다고 하면 같이 모여 고민을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충분히 가진 이는 드물지만 함께 머리를 짜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홍 사장은 이런 특성을 경영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3~4명의 직원이 팀을 구성해 탐방 국가와 기간, 벤치마킹 주제를 제출하면 해외 연수 기회를 주고 해외 탐방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와(WAA) 프로그램’이 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13개 팀이 유럽, 미국, 일본, 호주 등을 다녀왔다.

연수를 다녀온 직원들이 낸 ‘대체에너지(태양광) 프로젝트’는 웅진에너지 설립의 발판이 됐다. 요즘 홍 사장은 해외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 개발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탄산수를 좋아하는 유럽 사람들을 겨냥해 탄산수가 나오는 정수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 일본에서는 비데를 주력 상품으로 홍보한다.

일본의 비데 보급률이 90%에 달하는 점을 고려했다. 공기 청정기 수요가 많은 중국에서는 공기 청정기를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현재 웅진코웨이는 미국, 중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에 5개 해외 법인을 갖고 있다. 그는 “미주와 아시아에 집중한 해외 법인을 세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사장은 지속 성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로봇 청소기 개발을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고 싱글족이 늘면서 로봇 청소기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5월쯤 기존 제품보다 인공지능 기능과 디자인이 강화된 로봇 청소기를 출시한다.

200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로봇 청소기는 청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단점 때문에 보편화되지 못했다. 로봇 청소기 업계는 2010년에 30만 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수 담수화, 하수 정화 등 수(水)처리 사업도 웅진코웨이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웅진케미칼의 수처리사업부를 인수했다.

웅진케미칼은 정수기에 들어가는 필터를 생산하는 수처리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였다. 같은 해 상·하수 사업에도 진출했다. 올해는 중수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해수 담수화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시공, 서비스, 중수 분야 등 전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는 440조 원대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만도 3조2500억 원 규모다.

올해 홍 사장의 목표는 전년 대비 매출 10%, 판매대수 10% 이상 증가다. 이를 위해 제휴 서비스 확대, 음식물 처리기와 공기 청정기 신제품 출시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그는 “웅진코웨이 직원들은 창조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DNA가 있다”며 “이들이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게 나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어때, 내가 구준표보다 멋지지?”

직원 氣 살리는 ‘해피 홍’

지난 3월 홍준기 사장이 얼마 전 종영된 KBS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구준표와 같은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말끔한 정장에 복슬복슬한 털 머플러를 두른 홍 사장의 등장과 함께 월례 조회식장에는 이 드라마의 배경 음악이 흘렀다.

그가 머리 스타일도 구준표와 같은 곱슬머리로 스타일링 하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말려 옷만 바꿔 입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직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직원들은 그에게 ‘해피 홍’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고자 홍 사장은 이렇게 종종 깜짝 이벤트를 연다. 지난해 12월에는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직접 구운 계란빵과 베지밀을 나눠줬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때라 옷은 산타처럼 입었다.

계란빵을 받아 든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했다. 이 돈은 KBS TV 현장 르포 <동행>에 소개된 ‘아빠와 돈가스’의 주인공인 홍원기 가족에게 전달됐다. 당시 한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이 영상을 올려 홍원기 군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고, 이를 접한 홍 사장이 산타 이벤트를 마련했다.

홍 사장은 직원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대화를 즐긴다. 지난해 10월 어느 날 직원 15명과 함께 봉사 활동을 하고 경기도 남양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2006년부터 진행된 프로그램 ‘하이팅(High-ting)’ 중 하나다. 하이팅은 CEO가 직원들과 한 달에 한 번 오전에는 봉사 활동, 오후에는 레저를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은 오전엔 서울 효창공원에서 독거 노인에게 무료 급식을 하고, 경기도 남양주에 가서 배 따기를 했다. 직원들은 배를 따면서 ‘올해는 월급이 오르나요?’, ‘웅진코웨이 주가가 언제 오를까요?’ 같은 질문도 했다고 한다. 홍 사장은 항상 집무실 문을 열어놓는다. 직원들이 언제든 들어와 질문하고 아이디어를 내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글 신버들 기자, 사진 웅진코웨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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