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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환자] 얼굴 반점으로 고개 못들던 40대 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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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 백피부과 원장은 “얼굴 반점 치료는 예전과 달리 레이저로 시행돼 흉터없이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요즘 피부과에선 점(모반)과 주근깨, 검버섯 치료는 간단한 진료에 속한다. 레이저치료 몇 번이면 튼살(팽창선조)과 넓어진 모공도 치료할 수 있는 요즘이면 아련히 떠오르는 환자 한 명이 있다.

레이저치료 기술이 막 보급되던 그때 병원을 방문한 4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있었다. 어두운 낯빛의 그는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하고 상담을 시작했다. 그저 내성적인 성격인가 했는데 상담 도중 가려진 머릿결 사이로 청색의 반점(오타모반)을 발견했다. 한쪽 눈언저리부터 이마까지 반점으로 덮여 있었다. 콤플렉스가 된 반점 때문에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한 그는 큰 결심을 하고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오타모반은 동양인의 얼굴에 잘 생기는 청갈색 얼룩반점이다. 아기들 엉덩이의 몽고반점이 얼굴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 선천적으로 생기지만 일부는 그 이후에 생겨 점차 진해진다. 눈 주위나 이마, 코 등에 나타나 진해지며 자연적으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눈 주위에 분포하는 삼차 신경의 분포에 따라 생기는 오타모반은 눈 속의 흰자위에도 푸른 반점이 생긴다.

우리나라와 일본인에게서 주로 발견되는데 인구 1만 명당 3명 정도 발견된다. 오타모반은 주로 한쪽으로만 생기지만 흔치않게 양쪽에 생기는 경우도 10%있다. 오타모반의 조직검사를 해보면 진피에 나뭇가지 모양의 멜라닌 세포가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상적인 피부의 경우 진피에는 멜라닌 세포가 없어야 한다.

오타모반의 치료는 과거 냉동요법으로 치료해 흉터를 남기는 경우가 있었다. 모반세포 자체가 깊게 뿌리 잡아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알렉산드라이트’나 ‘엔디야그 레이저’를 치료에 이용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없앨 수 있다. 치료 기간은 한 달에 1번 또는 두 달에 1번씩 3~6회 정도 반복치료를 하면 정상 피부에 가깝게 완치가 된다. 시술 과정은 마취연고를 오타모반 부위에 바르고 3~40분 정도 있다 치료하므로 그다지 통증은 없다.

다른 레이저치료와 마찬가지로 오타모반 치료역시 관리가 중요하다. 치료 후에 별다른 부작용은 없으나 개인에 따라서는 진물이 흐를 수도 있다. 이때는 5~7일 정도 거즈로 치료부위를 감싸 관리해야 한다. 습한 여름에는 치료를 피하는 것이 좋고 항생제를 경구투여 해 염증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히 반점이 사라질까 반신반의하던 오타모반 환자의 레이저시술 마지막 날. 중년의 여성은 눈물을 보였다. 아마 50평생 고개 숙이고 다니던 고통과 이제는 얼굴 한 쪽을 덮고 있던 반점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기쁨이 교차했으리라. 머리카락으로 한쪽얼굴을 가리고 두꺼운 화장으로 가려보려 해도 반점은 감춰지지 않았을 것이다.

감춰지지 않는 반점만큼이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그는 치료 횟수를 거듭할수록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환한 미소로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쏟아내는 그를 보며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꼈다.

그 환자를 만나고 치료를 진행하면서 단지 보이는 상처만 치료한 것이 아니다. 환자의 내면에 깊게 뿌리내린 상처까지도 치료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희열과 보람이 나를 의사로서 지탱해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미소를 수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백피부과 백종현 원장

<약력>

· 천안고 졸업

· 충남의대 졸업

· 부산백병원 피부과 대한피부과협회 회원

· 천안백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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