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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진보, 고전적 이론 틀로는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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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2개국 국빈 방문길에 동행한 소설가 황석영씨가 10일 오후 타슈켄트 시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고려인 동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황석영씨는 몽골과 남북한, 중앙아시아의 문화 공동체인 '알타이 문화연합'을 구상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대표적 진보 논객인 소설가 황석영씨가 13일 국내 진보진영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길에 동행한 황씨는 이날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에 설치된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진보세력와 현 정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문화예술인이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황씨는 "이 대통령과 생각이 같은 부분이 있다"면서 몽골과 남북한을 통합하는 '몽골+2 코리아론'을 들었다. 이번 수행은 청와대측에서 요청했고, 이는 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황씨는 이 대통령과 가끔 만난다고 했다.

◇좌·우파 비판 = 황씨는 스스로를 중도론자로 규정했다. "지난 2005년부터 중도론을 얘기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KBS-TV의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핀란드 국적의 '따루'씨의 방송 코멘트를 실례로 들었다. "핀란드 여자애가 '한국의 좌파는 우리나라의 보수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지난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하는데 이라크 파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의 정책을 봤을 때 그게 어디 좌파 정권인가"라고 반문했다.

황씨는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노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동조합 정도에서 멈춰 있다"면서 "좌파는 리버럴(liberal)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타도나 민주화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정치 구도에 대해서는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 민주당으로는 진보, 보수를 따지기 어렵다"면서 "진보, 보수를 할 단계까지 못갔으나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서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라고 말했다.

용산 철거민 화재사망사건과 관련해서는 "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나가서 살면서 나는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다"며 "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진보측으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미국이나 유럽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위에서 파이를 키워서 부스러기를 나눠줘서 하부구조를 이렇게 하겠다고 한 게 보수라면, 진보는 분배와 평등이고 더 내놔라는 것인데 전 세계가 비정규직, 청년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 생산관계도 바뀌어도 고전적 이론틀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강경 기류에 대해서는 "미국과 단둘이서 패키지로 타결하자는 것 같은데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본다"면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문제에 대해 현 정부가 대단히 전향적으로 유보한 것은 참 지혜로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하는 것보다 민간단체에서 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민간단체에서 북한 인권 문제 거론하면서 국내 인권 문제도 같이 거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나 동북아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체제적으로 불안해서 더 경화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가 고비"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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