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문제의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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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것 좀 맡아두게.
필요할 때 찾을 테니.'

'예이~'

검은 돈이 들어간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리저리 돌고 돈다.

'이제 곧 총선인데
여당이 어렵구먼.
예전에 맡겨 둔 돈
이제 좀 내놓게나'.

'예이~. 940억원 대령이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했다던
국가의 정보기관.

알고 보니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주인님 한마디에
금은을 쏟아내는
도깨비 방망이였나.

검은 돈을 받아서
하얀 돈과 잘 섞어
깨끗이 빨아내는
거대한 세탁기였나.

아니면
뭉텅이로 돈을 타다
고수익 이자놀이 하는
대통령 전용 재테크 센터?

일반인 절대 접근금지.
'알면 다치는'
초 수퍼 울트라 비밀.

뒤늦게나마 밝혀진 것도
정권 바뀌고 주인님 바뀐 탓.

'정보는 국력이다.'
표어도 바뀌었다는데
따라야 할 진짜 주인은
대한민국 법과 국민.
이제는 이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으려나?

*서울고법은 지난 6일 1996년 안기부 예산 940억원을 신한국당에 지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삼재 전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게 "문제의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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