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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빈곤 아동 절반 "건강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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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어린이들이 간염 예방주사를 맞는 것을 배은경 서초구 보건소장이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앞으로 자기 전에 꼭 양치질을 할래요."

8일 서울 서초구 보건소에서 충치 치료를 받은 초등학교 3년 김모(11)군은 의사 선생님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부모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인 김군은 오래 전부터 어금니에 충치가 생긴 것을 모르고 지내다 보건소의 저소득층 어린이 무료 검진에서 발견돼 이날 치료를 받았다. 더 늦었더라면 신경 치료까지 받아야 할 뻔했다.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의 건강 문제가 매우 심각해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가 지난달 23일 관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 어린이 7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벌여 얻은 결론이다.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We Start'운동에 참여해 무료로 빈곤층 어린이 검진 사업을 하고 있는 서초구는 혈액검사.간염검사.소변검사.정신상담 등 다양한 검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의 어린이가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아이가 겪고 있는 고통은 충치였다. 무려 58.6%(41명)의 아이들이 충치를 갖고 있었으며, 3~4개의 충치가 생긴 아이도 여럿이었다.

B형 간염 항체가 없어 간염 접종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도 32명이었다. 보건소 측은 "한 부모 가정이나 조손(祖孫)가정이 많다 보니 영유아 시절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또 빈혈(12명)이나 고지혈증(11명) 등의 증세가 의심돼 재검을 받아야 할 아이도 많았다. 폐결핵이 의심돼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폐결핵 의증'도 6명이나 됐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산만증 등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는 어린이가 4명이었다.

서초구 보건소는 이날 이런 어린이들 가운데 우선 10여명을 불러 B형 간염 접종과 함께 충치를 치료했으며, 앞으로 3주간 무료 진료를 계속 벌일 예정이다. 또 충치예방 차원에서 검사 대상 아동 전원에게 불소 도포를 해주기로 했다. 주변의 도움도 잇따라 제약업체 녹십자에서 간염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으며, 서울시립아동병원에선 무료로 정신과 상담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서초구는 생계가 어려워도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의 어린이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부터 무료 건강검진에 나설 계획이다.

배은경 서초구 보건소장은 "지자체가 빈곤층 어린이 건강 보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같은 무료 건강검진 사업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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