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종금사 폐쇄여부 평가, 외양에 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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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코즈메틱 콘테스트 (화장술 대회)' 추가 폐쇄 종금사를 판정할 종금사 경영평가위원회의 본평가를 가리켜 대다수 종금사들은 이렇게 부른다.

경평위가 요구한 작성기준이 '추정치' 를 기초로 하고 있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다, 종금사들도 실현 가능성은 일단 제쳐두고 외양에 치중한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경평위가 밝힌대로 신정부 출범 (25일) 이전까지 20개 종금사 제출자료를 꼼꼼히 따져 판정한다는 것도 물리적.시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또 경평위는 3월초까지 운영되는 한시기구다.

이 때문에 종금업계에서는 '결정적 꼬투리만 잡히지 않으면 대다수가 그럭저럭 살아남지 않겠느냐' 고 예상하고 있다.

▶증자.합병은 과연 가능한가 = 재무구조 개선 방책으로 대다수 종금사가 들고 나온 카드는 '증자' 다.

일부는 '합병'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회의적이다.

증자를 발표한 종금사는 LG종금 (5천4백억원) 등 11개사. 3월중 납입목표 물량은 무려 1조2천8백35억원에 달한다.

금융계에서는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종금사에 비싼 이자를 물면서 거금을 집어넣는다는 점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일단 평가만 통과하고 보자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일섭 (金一燮) 경평위 위원장은 "협조융자를 받는 그룹이 증자 의사를 밝힌 경우도 있다" 며 "종금사 돈을 빌려 증자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여부도 따지겠다" 고 밝혔다.

합병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합의사항이라기보다 종금사의 일방적 희망 사항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추정치를 토대로 결정되는 생사 = '소비자물가 상승률 6%,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 4%, 환율은 달러당 1천4백원으로 가정하고, 2000년의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한 뒤 유동성 확충 계획을 수립하라. ' 경평위가 종금사에 요구한 제출자료중 하나다.

단 '자체적으로 전망치를 부여하기 어렵다.

합의사항이라기보다 종금사의 일방적 희망 사항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추정치를 토대로 결정되는 생사 = '소비자물가 상승률 6%,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 4%, 환율은 달러당 1천4백원으로 가정하고, 2000년의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한 뒤 유동성 확충 계획을 수립하라. ' 경평위가 종금사에 요구한 제출자료중 하나다.

단 '자체적으로 전망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지표를 사용해도 된다' 는 단서가 있었기에 답을 만들기가 수월했다고 종금업계는 말한다.

'작문' 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金위원장은 "향후 3년동안의 미래 경영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며 "단 터무니없는 가정에 입각한 계획이라면 엄정히 판정하겠다" 고 지적했다.

▶생존 종금사는 몇개나 될까 = 1년동안의 원화.외화 유동성 확보를 포함, 경평위가 제시하는 생존 기준을 모두 통과하는 종금사는 현재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렇다고 원칙대로 따져 추가 폐쇄 여부를 결정하자니, 왜 유독 종금업계에 대해서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반발이 거세 고민이다.

기준을 다 충족하지 못하는 종금사라 하더라도 위험관리제도를 보완한다는 전제 아래 조건부 정상화 판정을 내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경평위는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조건부' 라는 꼬리표를 달고 생존하는 종금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장희·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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