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간첩혐의 미국 여기자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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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간첩 혐의로 이란 사법 당국에 체포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1·사진)가 11일(현지시간) 풀려났다. 미국과 이란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됐던 미 여기자의 석방으로 30년간 앙숙이었던 두 나라 관계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란 항소심 법원은 이날 사베리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한 1심 법원의 판결을 깨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변호인인 압돌사마드 코람샤히는 “법원 판결에 따라 사베리가 앞으로 5년 동안 이란에서 취재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란계 미국인인 사베리는 테헤란에 머무르며 미국 공영방송인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와 영국 BBC 등의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란 당국은 취재허가증 유효기간이 만료된 2006년 이후에도 취재를 빙자해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올 1월 사베리를 체포했다. 이란 혁명법원은 지난달 18일 간첩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된 사베리는 유죄 판결에 항의해 2주간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사베리의 석방에는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두 나라 대통령의 노력이 주효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심 판결 뒤 “사베리가 어떤 유형의 간첩 활동에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검찰에 보낸 서한에서 “재판을 공정히 처리하고 사베리의 법적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정권이 붕괴되자 이듬해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오바마는 취임 이후 ‘새로운 출발’을 제의하는 등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힘써 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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