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스타플레이어 등 급수혈“실력+정신력이 뭔지 보여줄 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올 시즌 N리그 천안시청 축구단에 새 식구 18명이 들어왔다. 기존 10명을 포함, 선수는 28명이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다. 남기일(35), 김태윤(32), 조원광(24) 선수다. 구단에서는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도 적지 않다. 이들의 각오와 활약상을 들여다봤다.

 

◆노장은 살아 있다 남기일=프로축구 K리그를 뒤로 하고 천안시청에 둥지를 튼 노장 남기일.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여섯이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 성남 일화에서 뛰던 남기일은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면서 구단과 작별했다. 축구를 그만둘 수 없던 그는 ‘플레잉코치’라는 꼬리표를 달고라도 그라운드에 서고 싶었다. 현재 남기일의 신분은 플레잉코치 겸 선수다.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자신을 선택해 준 하재훈 감독에게 화답해야 하고 한편으로 섭섭한 감정이 있는 성남에게 한 번은 자신의 건재함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성남과는 FA컵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는 등 번호 29번을 달고 개막전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나서 어시스트를 하며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K리그에서 12년을 뛰었던 남기일은 정확한 크로스로 후배 구현서의 머리에 공을 배달했다. 남기일의 진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남기일은 하 감독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하 감독이 부천SK 스카우터로 일할 때 경희대에서 뛰던 남기일을 직접 스카우트 했다. 남기일은 “그라운드를 누빌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서른 중반을 넘긴 그가 올해 천안시청의 돌풍을 이끌지 주목된다.

 

◆그라운드 지배자 김태윤=김태윤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N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다. 고양 국민은행에서 ‘김재구’라는 이름으로 뛰었던 그는 올해 천안시청으로 배를 옮겨 탔다. 하지만 내막은 ‘노장 방출’이었다. “아직 축구인생이 끝나지 않았다”며 고민하던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하 감독. 경기 조율능력과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베테랑 미드필더를 찾던 하 감독의 눈에 김태윤은 적임자였다. 김태윤도 자신의 마지막 선수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팀으로 기꺼이 천안시청을 선택했다. 올 개막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김태윤은 고양 국민은행에서 뛸 때보다 한층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상대 팀이 빠른 역습을 시도할 때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공격을 지연시켰고 과감한 태클과 거친 플레이로 상대의 공격을 끊어냈다. 관중석에서 ‘김태윤~ 김태윤’을 연호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개막전에서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하며 고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천안시청 선수단 평균나이가 26.9세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체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에게는 ‘또 다른 정신력’이 있었다.

 

◆골이 고픈 공격수 조원광=10년 전 조원광은 ‘한국의 앙리’로 불렸다. 프랑스 축구대표팀과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에서 골 폭풍을 몰고 다니는 티에리 앙리에 견줄만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열아홉의 나이로 프랑스리그 FC쇼쇼에서 뛰던 조원광은 2007년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로 유턴하며 국내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시련이 그를 막아 섰다.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는 골이 고팠고 그라운드가 그리웠다. 결국 그는 K리그를 뒤로 하고 N리그 천안시청의 새 식구가 됐다. 그는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해 과거 자신의 별칭이었던 ‘한국의 앙리’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홈 개막전에서 교체선수에 이름을 올린 뒤 후반 27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비록 골이나 어시스트 등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아직 그라운드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그의 컨디션을 감안한다면 개막전 플레이는 주전자리를 넘볼 만큼 인상 깊었다. 24살의 나이답지 않게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가 천안시청의 보배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신진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