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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파업 전격철회 배경…IMF경고·낮은 참여율도 큰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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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노총이 13일로 계획된 총파업을 막판에 철회한 것은 "온국민의 국난 극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다" 는 비난여론에 결국 굴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외신인도 회복을 가로막아 제2의 환란 (換亂) 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 (IMF) 의 경고성 우려도 파업강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조직 내부에서조차 "총파업까지 가서는 안된다" 는 온건론이 많아 파업의 명분을 쌓는데 실패한 것이다.

전국 67개 산하 노조에서 10만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지도부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산하 노조의 상당수가 파업참여에 소극적이었던게 사실이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파업을 결의한 것으로 발표한 사업장 가운데 K정기.H중공업 등이 파업 결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등 지난해초 '날치기 총파업' 때의 열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경기침체로 임금이 동결되고 잔업이 없어져 근로자들의 실제임금이 크게 깎인 상황에서 개별근로자들은 파업을 내심 반기지 않았다.

파업을 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 그나마 줄어든 소득이 더욱 깎여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 주도세력인 현대자동차에서조차 조합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어서 지도부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공멸한다" 는 유인물을 돌리며 설득할 정도였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파업을 결의한 것은 26일로 예정됐다가 무기연기된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지도부 사이의 선명성 경쟁에서 비롯됐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파업 철회는 더욱 강력한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 이라고 밝혀 앞으로 국민여론 등 상황을 보아가며 투쟁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업을 철회하며 천명한 재벌 개혁과 노동기본권 보장 등의 요구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에 따라 행동의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 합의 부결후 총파업을 주도했던 민주노총 지도부는 파업 불발로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리해고 법제화 합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석범 (裵錫範) 위원장직대의 집행부가 총사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段炳浩) 체제로 이어가던 민주노총은 조직 균열이라는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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