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도 나와라 조기 전당대회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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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원희룡·정병국·권영세 의원. 16대 국회 때부터 한나라당의 위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해 쓴소리와 함께 해법을 내놓던 ‘원조 소장파’의 입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이 나왔다. 4·29 재·보선 참패의 해법으로서다. 이들은 9일 오후 정두언 의원과 만찬을 함께하며 “친이-친박 프레임에 갇힌 당으론 미래가 없다”며 지도부 교체를 통한 정면 돌파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권 의원은 10일 “친이-친박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도력이 필요하다. 재·보선 참패 수습책의 이행 과정에서 지도부의 무력함이 드러났다”며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물 건너간 이상 남은 카드는 조기 전대밖에 없다”며 “박근혜 전 대표도 출마해 당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르면 7월 중에도 전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조기 전대론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기 전대론 주장에 대해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다만 지난해와 같은 전대는 의미가 없고 박 전 대표와 같이 실질적인 지도력과 영향력을 가진 이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기 전대론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기 전대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초선 소장파 모임 ‘민본 21’의 김성식 의원은 “국정과 당을 쇄신하는 과정의 결과물로서의 조기 전대는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위기를 대충 모면하려는 ‘주류 리모델링’ 형태의 전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대 이전에 의원총회와 연찬회를 잇따라 개최해 당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박 전 대표가 귀국하면 면담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친이·친박 측도 현재는 조기 전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조기 전대에 대한 특별한 입장이 없다. 박 전 대표의 출마 여부는 박 전 대표가 결정할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박희태 대표 측은 난감한 입장이다. 한 주요 당직자는 “박 대표가 당 수습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조기 전대를 주장하면 힘이 실리겠느냐”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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