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공사비 받을 수 있을지” “기업회생 절차 어떻게 밟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3차원(3D) 그래픽을 제작하는 중소기업 W사는 지난해 말부터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로 건설회사의 프레젠테이션용 그래픽을 제작하다 보니 건설 경기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 것이다. 이 회사 법무 담당 김석윤(32) 팀장은 “현재 미수금 액수가 4억~5억원에 달한다”며 “자금 순환이 안 돼 외환위기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팀을 꾸려 미수금 회수에 나섰으나 승소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기가 조심스러웠다.

W사는 올 2월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 법률지원단’의 문을 두드렸다. 소송 상대방을 누구로 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에 관한 답변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거래처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경기 침체 속 민사소송 문의 많아=법무부가 이 법률지원단을 신설한 것은 올 1월이었다. 김우현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중소기업은 사내변호사가 없어 분쟁이 생기면 불리한 입장에 놓이곤 한다”며 “법률 자문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원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원단에는 4월 말까지 총 137건의 자문 요청이 접수됐다. 일반 민사소송과 관련된 요청이 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로 매매·공사대금이나 빌려 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법률적 대응 수단을 묻는 내용이었다. 상사법무과 김수현 검사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자금 회수 등 민사소송과 관련된 문의가 많고, 최근에는 기업 회생 절차에 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단은 대금 회수와 관련해 상대방이 숨겨 놓은 재산을 찾기 위해 재산 조회제도와 재산 명시 절차 등을 이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강제 집행 신청과 더불어 가압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도 중소기업들이 놓치기 쉬운 대목이다.

◆추가 지원책 필요=지원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중소기업청에서는 변호사 비용의 80%(건당 최대 16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비용이 소송 전 단계에서의 자문료나 1심 비용을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정도다. 이에 따라 지원액을 늘리거나 소송 비용 대출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료정보 시스템 제작업체 M사는 한 병원에서 대금 1억6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M사는 올 3월 지원단에 문의해 “병원 측에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채권을 가압류 하라”는 자문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표 장모(55)씨는 “가압류 공탁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중소기업 법률지원단=검사 3명과 변호사 1명, 법무관 3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자문 요청은 업무 협약을 체결한 대한변협 소속 변호사에게 의뢰하기도 한다. 전용 상담전화(02-3418-9988)나 팩스(02-502-2072), 법무부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moj.go.kr)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