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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샛별] 13세 클라리넷 신동 김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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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엄마, 친구들이 나보고 건방지다고 하지 않을까요?”

김한(13)군은 “한 음(音)을 불 때도 그 안에서 감정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클라리넷이 좋다”고 한다. 악기를 시작한 지 3년반 만에 국제 콩쿠르에 도전할 수 있는 것도 이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덕이다. [김태성 기자]

클라리넷을 전공하는 김한(13·예원학교 2)군이 ‘베이징 국제음악콩쿠르’에 나가기 앞서 했던 걱정이다. 대부분 콩쿠르처럼 이 대회도 참가 연령 상한선(만 32세 이하)만 있다. 아래로는 하한선이 없지만 보통 20세 넘는 연주자가 참여한다. 김군은 이 콩쿠르에 최연소로 도전장을 냈다. 클라리넷을 시작한 지 3년반 만이었다.

이달 4일 폐막한 이 콩쿠르 심사위원들은 김군에게 ‘최고 유망주상’을 줬다.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장래가 기대된다는 뜻이다. 원래 시상 계획에는 없었으니 김군을 위해 특별히 만든 상이다. 1~3위는 러시아·이스라엘·일본의 24~26세 연주자들이 차지했다.

◆깜짝 ‘무대체질’로 인기몰이=“참가자들이 저를 데리고 다니며 콩쿠르를 안내해줬어요.” 김군은 ‘의외의 꼬마’로 참가했던 베이징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이렇게 어려운 과제곡을 어떻게 다 연습하고 연주해서 왔냐고들 궁금해했죠.” 김군은 이번 콩쿠르를 위해 협주곡, 소나타, 현대곡 등 9곡을 준비해야 했다. 어른 연주자에게도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 벤젤 훅스 등이 포함된 심사위원단은 김군에게 시상식 축하 연주를 허락했다. 1·2위 수상자들과 한 무대에 선 것이다. 이 연주가 끝나고 관객과 참가자 등이 김군에게 와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아갔다. 13세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신통한 실력 덕이었다.

“시상식 연주에서처럼 즐겁게 하는 게 좋아요.” 그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집중해 듣고 있는 게 참 재미있다”고 했다. 집과 학교에서는 철부지 13세지만 연주만 시작되면 ‘무대 체질’이 된다. 부모가 ‘누굴 닮아 저렇게 어른스럽게 연주에 집중할까’라고 궁금해할 정도다.

◆재능 물려준 ‘음악 가문’=김군이 이처럼 눈부신 재능을 발휘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의 친할머니는 소프라노 박노경(74·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씨다. 김승근(41·서울대 음대 국악 작곡) 교수가 삼촌이다. 학교 수업으로 리코더를 불고, 재미삼아 동요를 부르던 김군에게 클라리넷을 권한 것도 김 교수였다. 노래를 부르다가 너무 높은 음이 나오면 전체 조성을 바꿔서 다시 부를 정도로 감각 있던 아이었기 때문이다.

김군은 “이번 콩쿠르에서 제 연주 단점을 더 잘 알게 됐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섬세한 음악성에 비해 둔한 편인 혀놀림, 여러 곡을 한꺼번에 소화하는 능력 부족 등을 보완하겠다는 뜻이다. “클래식 음악회도 즐기지만 최신 가요도 좋아요”라고 말할 때는 영락 없는 13살 소년이지만, “콩쿠르에 나갈 때마다 단점을 발견하면 연주가 한결 좋아지지 않을까요?”하고 되물을 때는 옹골진 연주자의 모습이 비친다.

김호정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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