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대선자금 수사로 번지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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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04면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가 현실화될 것인가.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친이계의 한 재선의원은 “솔직히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무섭다. 대선 캠프의 핵심이었던 천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이름이 나올지 짐작이 안 간다. 검찰에 소환됐던 박진 의원도 천 회장이 부탁해 박 회장과 만나게 됐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천신일 수사’에 술렁이는 여의도

천 회장은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원로그룹’으로 분류되는 실세다. 이 대통령과는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휴가도 함께하는 사이다. 대선 당시엔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아 외곽 지지세력 규합에 큰 역할을 했다.

한편 천 회장은 동생의 절친한 친구였던 박 회장과 의형제처럼 지내온 사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천 회장과 박 회장의 돈거래를 샅샅이 조사해 깨끗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혹시 문제가 있더라도 천 회장 선에서의 얘기지 대선자금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친박계의 한 재선의원도 “지난 한 달간 검찰이 사실상 ‘정치’를 해오지 않았느냐”며 “그 연장선상에서 볼 때 대선자금까지 손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도 7일 박 회장과 관련된 범죄만 다룬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는 ‘박연차 게이트’가 이명박 대선자금 수사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도 SK해운 비자금 수사에서 시작된 일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7일 검찰이 천 회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검찰이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한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천 회장의 혐의 사실이 입증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활기를 띠고 있다.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는 등 곤욕을 겪었던 민주당은 ‘천신일 3대 의혹 진상조사 특위’를 꾸리고 공세에 나섰다. ▶2007년 경선·대선 직전 천 회장과 그 가족이 보유한 자사주의 대량 매각(306억원어치) 사유가 석연치 않고 ▶주식 중개·매입 기관에서 주가 최고점에서 사들이도록 인맥을 동원했으며 ▶이 대통령 특별당비 30억원을 천 회장이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특위 공동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은 엄격히 말해 대선자금”이라며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5월 정치인 추가 소환설’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현직 의원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경우 국회가 열리지 않는 5월이 적기다. 한나라당 박진·민주당 서갑원 의원의 사법처리 여부도 이달 중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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