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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Role Model 1위는 정주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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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CEO는 멘토이자 멘티다. CEO는 직원이나 인생의 후배에게는 든든한 멘토지만, 경영 등에 대한 조언을 청취하는 멘티이기도 하다. 포브스 CEO 패널 서베이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멘토링을 둘러싼 이해와 오해를 CEO들의 눈높이에서 검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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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

"멘토링을 실시하면 멘토링을 받는 멘티뿐 아니라 멘토도 얻는 것이 많다.” 포브스 CEO 패널 절대 다수의 생각이다. 무려 응답자의 93%가 이렇게 답했다. 포브스 CEO 패널 서베이 결과다.

멘토 & 멘티 #MANAGEMENT|CEO로 산다는 건…

이런 반응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와도 부합한다. 브래드 존슨과 찰스 리들리는 <멘토링 황금법칙>에서 멘토 자신도 멘토-멘티 관계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일례로 자신의 업무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멘토링은 개인적으로나 업무 면에서 ‘회춘’의 기회이자 더 든든한 지지 기반을 마련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멘토링의 효용은 다양하다. 연구에 따르면 멘토의 지도를 받은 사람은 승진이 빨랐다. 멘토의 지도를 받지 않은 사람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았고, 전문성과 능력 면에서도 앞섰다.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조직에 대한 적응도 더 잘한다. 훗날 다른 사람의 멘토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밝혀졌다. 멘토-멘티 관계는 조직에도 도움이 되는데, 관리자나 상사가 멘토를 자청하고 나서면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조직원들의 소속감이 강화돼 이직률도 낮아진다. 또 멘토링을 받은 직원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멘토링의 이런 효용이 이번 CEO 패널 서베이를 통해 일부 확인됐다. 패널의 84%는 “멘토링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직에 더 잘 적응한다”고 답했다.

멘토링을 실시하면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81%). 또 멘토링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77%).

멘토링이 생산성 높인다

무엇보다 “멘토링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실적이 뛰어나다”(66%)는 게 CEO들의 판단이다. “멘토링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승진이 빠르다”는 데도 패널 CEO의 60%가 동의했다. 대기업 CEO들은 멘토링을 받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업무 만족도가 높다는 응답을 비교적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업 83%, 중견기업 70%, 중소기업 79%).

멘토링을 둘러싼 몇 가지 속설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멘토링 황금법칙>의 저자들은 “멘토링이란 더 풍부한 경험을 쌓은 사람(멘토)이 그렇지 못한 사람(멘티)에게 안내자, 역할 모델, 선생님, 스폰서가 돼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더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면 연장자이거나 상급자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번 서베이 결과 멘토가 멘티보다 상급자 또는 연장자라야 하느냐 또는 그렇지 않으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20%는 멘토가 상급자나 연장자일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15%는 멘토는 상급자 또는 연장자라야 한다고 밝혔다. 정작 과반수(57%)는 이 문제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젊을수록 “멘토가 멘티보다 반드시 상급자 내지 연장자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뚜렷하게 많이 보이고 있다(40대 이하 31%, 50대 12%, 60대 이상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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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멘토링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패널의 과반수(52%)가 멘토링을 받은 사람이 더 뛰어나다는 인식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멘토링 받은 사람이 더 뛰어나다는 패널 CEO는 35%에 그쳤다. 멘토링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닌 듯하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이런 인식에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39%는 그러나 멘토링을 받은 쪽이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포브스가 실시한 ‘한국의 CEO를 말한다’ 서베이에서 패널 CEO들은 82%가 “멘토를 필요로 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경영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거나 상담 상대가 되어주는 멘토가 있는 CEO는 얼마나 될까?

이번 서베이에서 패널 CEO들은 59%가 “이런 멘토가 있다”고 답했다. 또 62%가 자신에게 “현존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역할 모델이 있다”고 밝혔다. CEO의 역할 모델은 누구일까? 응답 CEO의 6%가 자신의 역할 모델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지목했다. 정주영 전 회장을 역할 모델로 삼은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은 “정 회장의 도전정신과 문제에 대한 창의적 접근을 본받고 싶다”고 적었다.

이밖에 복수의 CEO가 역할 모델로 꼽은 사람은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과 고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각각 4%가 이들을 지적했다. 또 4%는 자신의 아버지를 역할 모델로 골랐다. ‘경영의 달인’으로 통하는 잭 웰치 전 회장은 솔선수범해서 젊은 직원에게 한 수 배우는 역(逆)멘토링을 실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GE는 오래전부터 멘토링을 인재 육성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CEO의 92%는 멘토링 활용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자신의 역할 모델은 스티브 잡스 애플 CEO라고 적었다. 그에게서 “끊임없는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하면 〈손자병법〉의 전승불복(戰勝不復; 한 번 전쟁에 이겼다고 반복해서 이길 수는 없다) 원칙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혁병 ADT캡스 회장은 역할 모델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꼽고 “현실 감각, 균형 감각을 유지하되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는 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멘토가 있다고 답한 CEO들에게 멘토에게서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적어 달라고 했다. 2명 이상이 적은 답은 이런 것들이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기본에 충실하라-자기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이상 각각 4%). 황우진 푸르덴셜 사장은 멘토에게 들은 이야기 가운데 “규정이 아니라 비전으로 경영하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적었다.

여성 CEO인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사장은 멘토에게 들은 이야기 중 “슈퍼우먼 증후군을 경계하라”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일과 가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는 몸만 축날 수 있는데, 자녀에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 자연스레 일하는 엄마를 받아들이고 존경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멘토가 있다는 CEO는 나이가 젊을수록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40대 이하 69%, 50대 61%, 60대 이상 40%). 또 CEO로서의 재임 기간이 짧은 사람들이 많았다(5년 미만 67%, 5년 이상 56%). 기업 규모 면에서는 대기업 CEO가, 업종별로는 금융사 CEO들이 멘토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EO들은 한편 거의 대부분 멘토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무려 92%가 “직원이나 인생의 후배에게 멘토 내지는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 면에서는 대기업 CEO일수록 이런 역할을 많이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대기업 97%, 중견기업 91%,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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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을 한다는 CEO들에게 멘토로서 어떤 조언을 하는지 물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노력하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7%)였다. 이밖에 CEO 3명 이상이 답한 것들은 이렇다.

‘긍정적으로 살아라-열정을 품어라-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날마다 노력하라’(이상 각각 5%), ‘투명성과 객관성을 잃으면 다 잃는다-회사에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 생각하라’(이상 각각 4%).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멘토로서 세 가지를 조언한다고 했다. 첫째, 사회 생활과 가정 생활의 균형이 중요하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중히 관리하라. 둘째, 자기 개발을 꾸준히 하라. 확실한 실력, 확실한 기술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셋째, 반드시 사회 봉사를 하라. 그래야 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이래경 호이트한국 대표는 “스스로에게 가장 정직한 사람이 돼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서 하는 일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상사에 대한 불만 때문에 회사를 옮기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적었다. “상사보다 내가 이 조직에 오래 있을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고영섭 오리콤 사장은 “피드백을 빨리 하라”고 조언한다. 빠른 피드백엔 세 가지 이점이 있다고 적었다.

성실함을 보여주고, 시행착오를 재빨리 바로잡을 수 있게 해 주며, 이런 습관이 몸에 밸 때 윗사람이 믿고 일을 맡기는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조원표 이상네트웍스 사장은 멘티에게 아주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 업무상 판단을 하고 일을 처리할 때 ‘자신의 상사의 상사’ 입장에서 사고를 하라는 것이다.

가령 자신이 과장이면 부장이 아니라 이사가 만족하도록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한 일을 부장이 이사에게 보고했을 때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이렇게 일할 때 상사도 자신을 인정하게 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CEO들에게 ‘좋은 배우자로서의 점수’와 ‘좋은 아버지(어머니)로서의 점수’를 스스로 매겨 보게 했다.

좋은 배우자로서의 점수는 평균 71.3점(100점 만점)으로 평가됐다. 좋은 아버지(어머니)로서의 점수는 평균 71.7점(100점 만점)이었다. 대학 학점으로 치면 둘 다 C학점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스로 매긴 좋은 배우자 점수는 대기업 CEO들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업 68.7점, 중견기업 74.1점, 중소기업 70.4점). 반면 스스로 매긴 좋은 아버지(어머니) 점수는 대기업 CEO들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대기업 73.0점, 중견기업 71.4점, 중소기업 71.3점). 이 봄 자녀들의 역할 모델을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아버지(어머니)로서의 점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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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필재 편집위원,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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