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위상 바뀌는 대기업 회장들…주력기업 대표로 '船頭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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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연초부터 경제계의 화두 (話頭) 로 등장한 가운데 주요 그룹의 오너들이 경영일선에 전면 나서는등 역할과 위상에 적지않은 변화가 일고있다.

새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경영에 대한 오너들의 '책임' 을 중시한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면 오너 스스로가 나서지않으면 안된다는 상황판단 때문이다.

이에따라 각 그룹 총수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새로 또는 추가로 맡고 더불어 그룹 경영구도를 개편하는 작업도 추진중이다.

우선 주목되는 쪽은 오는 19일 전경련 총회에서 차기회장 내정자추대가 확실시되는 김우중 (金宇中) 회장. 金회장이 전경련 차기회장으로 내정되면 해외경영은 블록별 해외본사에 맡기고 자신은 국내에 주로 머물며 수출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일년의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던 그의 경영스타일이 바뀌는 셈이다.

이와함께 金회장은 과거 대우조선과 대우자동차의 경영정상화에 직접 나섰던 경험을 살려 이번엔 최근 인수한 쌍용자동차의 대표이사를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말 쌍두회장 체제에 들어간 현대는 정몽구 (鄭夢九).정몽헌 (鄭夢憲) 두 회장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고있는 계열사별로 관할구역이 나뉘어져 있지만, 앞으로 역할분담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두 회장의 공동경영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한 것이 사실" 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상당한 경영구도 변화도 배제할수 없다" 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李健熙) 회장은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차원아래 이미 1~2개 주력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맡을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李회장은 이미 삼성전자, 전관, 전기등 8개 계열사의 이사를 맡고 있다.

또 쌍용의 경우는 고민끝에 정계를 은퇴한 김석원 (金錫元) 고문이 서둘러 그룹경영의 핵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며, 선경은 최종현 (崔鍾賢) 회장 이후의 2세구도가 보다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밖에 한화에너지 매각추진 경향신문 분리등으로 발빠른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여온 한화도 김승연 (金昇淵) 회장의 역할변화여부가 주목되고있다.

金회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만남에서 회사를 살릴수있다면 회장자리에 연연치않겠다는 요지의 발언은 한화가 현재 한일은행등 금융권에 5천억원정도의 협조융자를 신청한 것과 연관해 음미해 볼 대목으로 재계는 보고있다.

또 LG 구본무 회장은 이미 맡고있는 LG전자와 LG화학의 대표이사자리를 유지하면서 그룹 구조조정 계획을 직접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어쨌든 가깝게는 새정부탄생을 전후한 2, 3월 주총은 물론 나아가 격심한 구조조정이 에상되는 올 한해 각그룹이 겪는 변화이상으로 그룹총수들의 변모도 예상되고있다.

고윤희·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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