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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중인 수치 여사 호수 헤엄쳐 만난 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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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 미국인이 수영으로 호수를 건너 미얀마의 대표적인 민주인사인 아웅산 수치 저택에 잠입했다가 돌아오던 중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미얀마 당국은 미국 정부가 연금상태인 수치 여사와 모종의 협의를 하기 위해 비밀요원을 잠입시켰다고 의심하고 있다.

7일 현지 일간지인 미얀마 아린지에 따르면 존 윌리엄 이타우라는 이름의 미국인이 3일 양곤에 있는 수치 여사의 저택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인야 호수를 수영해 건넜다. 그는 저택에서 이틀 동안 머문 뒤 5일 밤 다시 호수를 헤엄쳐 되돌아오다가 경비병들에 발견돼 다음날인 6일 오전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가진 미국 여권 등 모든 소지물을 압수했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이타우가 수치 여사 저택에 잠입한 구체적인 동기를 조사 중이며 미국의 첩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지 미국 대사관 리처드 메이 대변인은 7일 “한 미국인이 수치 여사 집에 잠입해 들어갔다가 체포됐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 미국인 신분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수치 여사는 지난 19년 사이 총 13년이나 현지 군사정부에 의해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군사정부는 당초 지난달 27일 가택연금을 해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철회하고 여전히 연금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저택은 수백 명의 경찰병력이 경계를 서고 있으며, 허가받은 의료진 외에는 누구도 접근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2월 초 유엔 미얀마 특사 이브라힘 감바리가 양곤 국빈관에서 수치 여사를 만나는 등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사정부에 그의 연금 해제와 정치활동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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