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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남미·아프리카 확산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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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남미·아프리카 등 남반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일 오후(현지시간) 신종 플루 확진환자가 24개국 2371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WHO의 공식 집계 이후 각국의 추가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브라질·아르헨티나가 처음으로 자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3일 첫 환자가 발생한 콜롬비아에 이어 남미에서 신종 플루가 발생한 국가가 됐다. WHO는 “보건 상황이 열악한 남반구 개발도상국가로 신종 플루가 번질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에서 첫 환자=브라질 보건 당국은 7일 자국민 4명이 신종 플루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3명은 최근 멕시코를 다녀왔고, 1명은 미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AF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도 지난달 멕시코에서 휴가를 보낸 자국민 1명이 신종 플루 환자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두 나라에는 이날 발표된 확진환자 외에도 각각 15명, 51명이 신종 플루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 진단 테스트 결과에 따라 감염자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남미 국가인 콜롬비아에도 141명의 의심환자가 있다.

아프리카 각국 보건장관들은 7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신종 플루 대책회의를 열었다. 아프리카에선 아직 확진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세이셸·베냉 등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해 현재 진단 테스트 중이다. WHO 아프리카 감독관인 루이스 고메스 삼보는 “보건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에 신종 플루가 상륙할 경우 급속도로 확산되고,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메트로 파크 호텔에서 일주일간 격리됐던 투숙객과 직원 283명이 8일 밤 닫혔던 호텔 문이 열리자 2층에서 검역 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을 흔들며 나오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미국, 환자 200여 명 늘어=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7일 미국 내 신종 플루 감염자가 41개 주 896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전날보다 254명이 증가했다. 후쿠다 WHO 사무차장은 7일 과거 스페인 독감 등의 사례를 예로 들며 “신종 플루가 대유행(pandemic)으로 발전할 경우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호텔 투숙객들 밖으로=홍콩 메트로 파크 호텔에 격리됐던 한국인 6명 등 투숙객과 직원 283명도 8일 밤 자유의 몸이 됐다. 이 호텔에 투숙한 멕시코인 한 명이 신종 플루 환자로 확인돼 봉쇄 조치가 취해진 지 1주일 만이다. 격리에서 풀린 투숙객들은 대부분 지친 표정이었으나 건강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일부는 노래를 부르며 격리 해제를 자축했다. 도널드 창(曾蔭權) 홍콩 행정장관과 한국 총영사관 등 10여 개국 영사관 직원들도 현장에서 투숙객을 위로했다. 한국인 투숙객 중 한 명인 홍춘근(63)씨는 “처음엔 힘들었으나 종업원들이 잘 대해줘 1주일 만에 무사히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투숙객보다 많은 300여 명의 내외신 언론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서울=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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