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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꿈나무] 개똥까지도 귀히 여겼던 그분, 권정생 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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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아지똥 할아버지

장주식 글
최석운 그림, 사계절
38쪽, 9800원

 『강아지똥』의 저자 고 권정생(1937∼2007) 선생의 생전 일화들을 담은 그림책이다. 평생 자연의 품에서 작고 약하고 낮은 생명들과 함께 했던 고인의 삶이 서양화가 최석운의 해학적인 그림 속에 녹아있다.

어느날 선생의 오두막집으로 친구가 찾아온 날이었다. 방 안에서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암탉 한 마리가 성큼 들어왔다. 친구가 손을 뻗어 쫓아내려 했지만, 암탉은 끄떡도 않는다. 무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 친구가 몸을 반쯤 일으킨 순간. 선생은 유리그릇 다루듯 부드럽게 암탉을 감싸 안아 문 밖으로 내려놓으며 “잠깐 나가 있어라. 손님이 계시지 않니”라고 설득한다. 그리고 친구를 향해 “세 마리가 있었는데, 다 죽고 저놈 혼자 남았어”라고 조용히 말했단다. 친구 역시 울컥해졌다.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할아버지는 쥐도, 나무도, 개똥도 귀히 여겼다. 그 마음밭에선 하찮은 존재란 없었던 것이다.

책은 오는 17일 권정생 선생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다. 13∼19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북스’에서는 『강아지똥 할아버지』 원화전도 열린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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