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紙연재 '아라리 난장' 작가 김주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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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작가 김주영 (金周榮) 씨가 올해 들어 소설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전작장편 '홍어' 를 문이당에서 펴냈는가 하면 올초부터 본지에 연재하고 있는 '아라리 난장' 이 제2장, 30여회를 넘어오면서 날로 독자들의 관심을 더하고 있기 때문. 산골 소년으로써 세상에 눈떠갈 때의 설램과 감동을 그대로 살려 미문으로 써내려간 '홍어' 를 출간하고 스스로도 대견스러운듯 아마 30만권은 족히 읽힐 것이라며 만족하고 있다.

지난해말 이 소설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주고 나서 김씨는 '아라리 난장' 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강원도를 누비고 있다.

새벽 4시에 밥도 못 먹고 배 타러 나오는 어부들. 3만원 하던 뱃기름 한 드럼이 8만원으로 올라 오늘도 배를 못 띄우는 선주와 위정자들을 원망하며 군불 놓고 막걸리로 주린 배를 채우는 어부들을 고성.거진.주문진.삼척등지의 어항에서 만났다.

항구가 썰렁하니 주변 장시들도 흥청될리 만무하다.

전 같으면 차 대놓고 회집에 들어가 먹고 놀던 여행객들도 난장에서 횟감을 사 차안으로 들어가서 먹는다.

대관령.진부령 계곡의 맑은 물과 공기, 찬 햇살에 최상품으로 익어가는 황태덕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 최고의 맛인줄 알면서도 호주머니가 썰렁하니 한겨울 다 넘겼는데도 아직도 덕장에서 말라만 가고 있다.

독자들에게 현지의 모습과 인심을 곧이곧대로 전하기 위해 김씨는 오늘도 강원도 서민과 생산 현장에 묻혀 있다.

2장으로 넘어오면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격 창조도 다 끝나고 이제 행동으로 옮겨가며 속도감을 더하고 있다.

광고회사 부장에서 졸지에 퇴직당하고 이혼도 당해 주문진으로 흘러든 한철규는 IMF 시절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될수도 있는 인물로 그려나가고 있다.

좀스럽거나 쬐쬐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활어회 운전사 박봉환. 그에 비해 쬐쬐하기 이를데 없지만 득실을 꼼꼼이 따지는 윤종갑. 사회에 적대적 감정으로 좌충우돌하면서도 삶에 대한 숙연한 관찰력을 갖춘 막장 인생의 변씨. 아무리 반죽해 놓아도 따로따로 놀 전혀 다른 이력과 성격의 4명이 과거를 알 수 없는 정념의 술집 여자 승희를 놓고 모여 이제 막 동업을 시작하려 한다.

IMF한파를 뚫고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큰 장사꾼으로 키워나갈지 궁금하다.

김씨는 스스로 그러한 장사꾼이 된 심경으로 오늘도 장시와 신문을 뒤적이고 있다.

독자들에게 날마다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의지를 후련한 흥미에 보태 주겠다며 소설 전성기에 이른 김씨가 오늘도 원고와 씨름하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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