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5년째 교통정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나제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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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직은 옷속을 파고드는 추위가 매섭기만한 오전, 서울마포구공덕동 한국산업인력공단 앞 건널목. 오늘도 나제택 (羅濟澤.56.한국산업인력공단 비상계획실) 씨는 늘어나기 시작한 차량과 보행자들에게 호루라기와 수 (手) 신호를 보내느라 바쁘다. 만15년째 한자리에 서 있는 그를 알아보며 목례하는 몇몇 운전자들에게 羅씨는 선글라스 아래로 답례의 미소를 잊지 않는다.

"지난 83년 봄 출근길이었어요. 이곳을 건너시던 할머니 한분이 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손자와 함께 자동차들 사이에 끼여 어쩔줄 몰라 하셨어요. 보행자.차량이 제법 많은 곳인데 교통정리하는 사람이 없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그때부터 羅씨는 겨울엔 오전7시50분, 다른 계절엔 오전7시30분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일과를 시작했다.

그가 서울 목동에 있는 집을 나서는 시간은 대개 6시30분 이전. 그래서 아내는 그의 자원봉사를 '별보기 운동' 이라고 부른다.

겨울엔 차들이 달리며 일으키는 바람 때문에 방한모조차 아무 도움이 안되고 교통정리가 끝나면 세수를 안할 수 없을 만큼 매연이 심하지만 출근하는 날만큼은 한번도 교통정리를 거른 적이 없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羅씨는 지난해 12월 내무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그 어떤 상보다 제가 여기 서 있는 동안 한건의 작은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성미 급한 운전자들이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건널목을 지나며 욕할 때가 제일 서글프다는 羅씨. IMF 한파로 차량이 좀 줄긴 했지만 지하철 건설공사로 여전히 위험이 존재하는 그 길에서 그의 바쁜 손놀림은 멈추지 않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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