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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포커스]"껍데기는 가라" 권위의 허울 벗고 '실용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껍데기는 가라.

저세상의 시인 신동엽의 갈파 (喝破) 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하다.

IMF라는 된서리를 맞고 비로소 정신이 든 이 나라에서 '위로부터의 실용선언' 이 이뤄지고 있으니 - .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각하 호칭을 쓰지 말라” 로 시작해 “대한민국 사람 중에 내 얼굴 모르는 사람 있느냐. 관공서에 사진을 부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 피력하고 나섰다.

또 다른 '권위' 의 상징인 대학사회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말 서울시립대 김진현 총장이 '노타이 선언' 을 해서 화제가 됐다.

외양이 규정하는 내면의 권위의식을 털어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서강대 이상일 총장의 '스쿨 룩' 은 이젠 낡은 얘기다.

로만칼라 신부복이 주는 '엄숙한' 허례허식을 떨치고 학생들이 입는 '서강' 티셔츠와 모자 차림으로 나섰던 것. 캐주얼한 모습으로 대학 경영자의 길을 걷겠다는 의사표현이었다.

지자체도 이런 쪽에 한발을 내딛고 있다.

관용차를 두고 1년 넘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충환 강동구청장이 대표적 사례다.

“항상 형식적인 것보다 속을 채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생색내기.홍보용이라는 비아냥을 견디고 난 지금에야 공무원으로서 솔선수범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 같아 자부심이 생긴다.”

현재 구청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백50여명이 자전거로 출퇴근 중이다.

진정 더이상 쓸데없는 것에 연연할 시간이 없다.

부디 구시대 권위주의는 '거품빼기' 와 '실용주의' 의 십자포화를 맞아 깡그리 가라.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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